뜨거워지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 애플이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다.
애플은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AI 비서 ‘시리’를 탑재한 스피커 ‘홈팟’을 공개했다. 가격은 349달러(약 39만원)로 올 12월 미국과 영국, 호주에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시리 한국어판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국내에도 곧이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 작은 원통형의 홈팟은 경쟁 제품인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 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시리”라고 부르면 반응한다는 점은 다른 AI 스피커와 같지만 음향 성능이 뛰어나다. MP3 재생기 ‘아이팟’을 만든 기술력을 살려 스피커 본연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가 가구 배치 등에 따라 소리 크기를 자동 조절하는 것도 홈팟의 강점이다.
홈팟 기능은 기존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와 별 차이가 없다. 음성으로 주문해 음악을 틀고 뉴스, 날씨, 교통 상황, 할일 목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애플TV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의 홈팟 출시는 경쟁사들보다 훨씬 늦은 행보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아마존 에코는 2년 전인 2015년 6월 판매를 시작했고, 구글홈 역시 지난해 5월 데뷔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AI 스피커 시장은 에코가 점유율 70.6%로 사실상 독주하고 있고, 구글홈이 23.8%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뛰어든 건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조급함 때문에 훌륭하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는 않는다”며 “우리에게 중요한 건 최초가 아니라 최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이 얼마나 좋을지 가장 큰 의문”이라며 홈팟의 경쟁력에 물음표를 달았다.
애플은 이날 홈팟 외에도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과 번역 기능 등이 추가된 시리, 새 운영체제 iOS11 등도 공개했다. 기존 제품보다 속도는 40%, 디스플레이 품질은 2배정도 향상된 새 아이패드 프로는 다음 달 국내 출시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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