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 환경평가 ‘처음부터 다시’?
공신력 타격… 평가 인용 쉽잖아
새로 조사해도 결과 다를 땐 난처
“고의 회피” 진상조사 주체는?
국민 불신 탓 자체조사 힘들지만
靑 나서서 재조사는 정치적 부담
한민구 책임론 어디까지?
새 장관 확정 전엔 혼란 계속될 듯
서주석 차관 발탁은 개혁 의지
청와대가 지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놓고 국방부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다. 졸속으로 추진하던 기존 절차를 뒤엎어야 하는데다 진상조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기 전까지 국방부가 눈치만 보며 사실상 손을 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는 그 동안 주한미군 공여부지를 33만㎡ 이하라고 주장하며 정식이 아닌 약식으로 환경평가를 해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전체 공여부지를 이보다 훨씬 넓은 70만㎡로 판단하면서 국방부는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그렇다고 국방부가 지난해 12월부터 2억 원을 들여 진행 중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국방부의 공신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탓에 이달 내에 끝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그대로 인용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군 관계자는 6일 “아무래도 업체를 새로 선정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하겠지만, 만약 이달에 나올 기존 업체의 평가결과와 다르다면 더 큰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난처한 입장을 설명했다.
청와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고의로 회피했다”며 국방부에 지시한 진상조사를 누가 맡을지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국방부는 감사관실을 앞세워 명예회복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국민이 조사결과를 곧이 곧대로 믿을지 의문이다. 사드 배치를 총괄하던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이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의 당사자로 지목돼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조치 된 터라 국방부는 무조건 자중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감사원에 의뢰하자니 군 내부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낼 것이 뻔해 꺼림칙하다. 국방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감사원 감사관들이 점령군마냥 국방부 청사에 상주하며 으름장을 놓았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내부도 외부도 아니라면 상급기관인 청와대가 다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발사대 보고 누락 파문에 이어 민정수석실이 재차 전면에 부각되는 건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다. 정부 소식통은 “진상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청와대의 혹독한 군 기강잡기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사드 파문에 대한 한민구 장관의 책임론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방부는 당분간 시간을 끄는데 급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그 동안 국회 답변에서 사드 부지에 대한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수 차례 약속했지만, 절차를 어기고 꼼수로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결국 차기 장관 후보가 확정돼야 뭐라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전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날 장관에 앞서 ‘국방개혁의 전도사’인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을 국방부 차관에 전격 발탁한 것은 이번 사태로 꼬여 있는 국방부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서 차관 인사에 대해 “바짝 엎드려 웅크리고 있는 국방부를 뒤흔들어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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