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보 엔진을 얹은 차량이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과거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던 고성능 스포츠카들도 터보 엔진으로 심장을 바꿀 정도로 보편화 되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달 출시한 스팅어는 2.0ℓ, 3.3ℓ모델 모두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인 만큼 강력한 동력 성능을 위해 터보엔진을 채택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페라리 GTC4 루쏘T도 처음으로 12기통(6,262㏄) 자연흡기 엔진을 버리고, 8기통(3,855㏄) 터보 엔진을 부착했다. 페라리 수입사인 FMK 관계자는 “기술 발달로 엔진 크기를 줄여도 성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터보 엔진은 이젠 특별할 것도 없이, 자연흡기 엔진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보 엔진의 인기는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ㆍ고효율로 바뀌고 있는 점과 관련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새 연비 규제를 내놓으며 2020년까지 46.6mpg(약 19.8㎞/ℓ), 2025년까지 54.5mpg(약 23.2㎞/ℓ)의 평균연비를 달성토록 했고,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까지 ㎞당 95g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내연기관의 완전 연소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의미다. 이 해결책이 ‘엔진 다운사이징(엔진 배기량 축소)’과 터보엔진이다. 엔진은 연소 과정에서 연료 속에 있는 탄소 양만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구조여서 배기량 자체를 낮춰야 이산화탄소도 그 만큼 줄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생기는 차량 성능저하를 터보엔진이 보충해주는 셈이다.
터보 엔진은 엔진 속 실린더에 공기를 인위적으로 추가 주입해 더 많은 연료를 태우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작은 엔진이라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통상 동급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을 약 1.6배 더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쏘나타 2.0 터보 엔진의 경우 배기량이 1,998㏄이지만 최고 출력은 245마력, 최대 토크 36.0㎏ㆍm, 공인연비 ℓ당 10.7㎞(이산화탄소 배출량 ㎞당 163.0g)다. 반면 그랜저 3.3 자연흡기 엔진은 배기량이 3,342㏄이지만, 최고 출력은 290마력(최대 토크 35.0㎏ㆍm), 공인연비 ℓ당 9.7~10.0㎞(이산화탄소 배출량 ㎞당 170~176g)에 불과하다. 엔진 크기는 5분의 3 수준이지만 힘은 비슷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터보엔진이다.
그러나 고온고압의 공기를 강제로 밀어 넣다 보니 부품이 손상되거나, 순간적으로 성능저하 현상이 나타나는 등 고질적인 문제점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출력 발생이 지연되는 ‘터보래그’ 현상 등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하면서 소비자들이 경제성 높은 터보 엔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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