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ㆍ경기 등 서해안 인근 중부지방의 가뭄 피해가 유독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역에 주로 비를 뿌리던 태풍과 장마전선 형성이 근래 몇 년 간 뜸해지며 물 부족 현상이 심해졌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저수율이 ‘심각’(평년대비 50% 이하) 단계에 이른 지역은 충남 서산시, 홍성군, 예산군과 경기 평택시, 안성시, 화성시 등이다. 전남 일부 지역으로 가뭄 현상이 확대되고 있지만 충남 서부와 경기 남부 지역이 유난히 가뭄 피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논과 밭의 피해 상황도 충남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논의 물이 마르고 밭 작물이 시든 면적은 총 5,490ha로, 충남ㆍ경기 지역 피해(4,658ha)가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 해당 지역 모내기가 이미 95% 이상 끝난 상태지만 이후 필요한 농업 용수가 계속 부족하면 작황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서부와 경기 남부 지역은 본래 서해안과 맞닿아 있어 저기압이 형성되면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그러나 수년간 남부지역에서 형성된 장마전선이 북상하는 도중 사라지면서 연간 강수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저수지와 댐 저수율도 급감했다. 최근 3년간(2014~16년) 강수량을 보면 전국 연평균 강수량은 1,131㎜로 평년의 86% 수준을 보인 반면 충남(968㎜)과 경기(838㎜) 지역은 평년의 76%, 63% 수준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강수량은 더 줄어 충남(152㎜)과 경기(122㎜) 모두 평년의 56%, 48% 수준에 불과하다.
강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도 줄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7~9월 평균 3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만 지난해에는 9월에 2개의 태풍이 지나가는데 그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태풍이 한 차례 오면 200㎜ 이상 비를 뿌려 저수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뭄 피해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5일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24억원을 충남, 경기, 전남 등 10개 시도에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충남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보령댐 급수를 대체하기 위해 아산공업용수도와 전주권광역상수도를 활용한 대체 공급에 나섰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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