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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도 전에 사퇴 각서부터? 이상한 배구협회 회장 선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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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도 전에 사퇴 각서부터? 이상한 배구협회 회장 선거 '왜?'

입력
2017.06.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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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을 하는 대한배구협회 비대위/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돌아온 세계 배구의 아이돌 김호철(62) 감독이 이끄는 한국 배구 대표팀이 최근 끝난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서울 국제 남자 배구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2승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당초 체코(승)ㆍ슬로베니아(패)ㆍ핀란드(승) 등 유럽의 강호들을 맞아 전패를 걱정하던 한국은 김 감독의 빼어난 지도력 아래 목표로 했던 1승을 초과하며 안방에서 체면을 세웠다.

당분간 이코노미석을 타고 해외로 이동해야 할 만큼 어려운 환경 속에 처한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지만 정작 이를 이끌고 지원해야 할 대한배구협회는 회장 문제를 놓고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해 대조적이다. 급기야 사퇴 각서부터 받고 새 회장 선거를 치르겠다고 나서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앞서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29일 협회 산하 각 지역 시도 및 연맹 회장단 16명은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서병문(73)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전원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서 회장은 즉각 반발하며 변호사를 선임하고 본격 법정 대응에 나섰고 현재 항고심을 진행 중이다. 서 회장은 본지와 몇 차례 통화에서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다.

비대위는 서 회장 탄핵 이후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수장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30일 신임 회장 선거를 시행할 것이라고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자칫 2명의 회장이 되는 사태를 우려해 항고심 판결 전에 후임을 인준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비대위 측이 꺼내든 카드가 사퇴 서약서다. 비대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배구협회가 회장 선거를 하려면 후보자들에게 당선이 돼도 서병문 회장이 항고심에서 승소하면 서 회장이 법적으로 자동 업무에 복귀하게 되고 새로 뽑힌 회장과 비대위는 지위와 권한이 상실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놓고 후보자 등록을 받으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뽑기도 전에 사퇴 각서부터 받는 이상한 회장 선거가 진행될 상황을 맞았다. 홍병익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입후보하는 분들에게 '서 전 회장이 복귀하면 자동으로 회장직에서 사퇴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내홍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신임 회장은 사재 출연과 후원금 동원 능력은 물론 사태를 수습하고 이끌어 갈 강력한 리더십과 덕망까지 갖춰야 한다. 그러나 사퇴 서약서를 미리 쓰고 항고심 결과에 따라 언제 당선 무효가 될지 모르는 조건을 감수해가며 선뜻 나설 유력 인사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궁지에 몰린 비대위가 무리한 회장 선거를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이후 회장 공백 사태가 5개월 이상 지속이 되자 대내외 비판이 거세졌고 지난달 18일 협회 산하 7개 시도배구협회 및 전국규모연맹체 회장들이 비대위 전원 사퇴와 서병문 회장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서 회장 해임 결의에 찬성했던 대의원까지 동참해 파장이 일었다.

이들은 서 회장의 공약에 대한 불신과 일부 임원 인사 잘못 때문에 해임했다는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비대위가 4개월 동안 보여준 행태들을 보면 이는 여론몰이를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선전선동일 뿐 실상은 협회 권력 장악을 위한 파벌 다툼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혼란과 무기력 상태를 그나마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서는 서병문 회장이 하루 속히 복귀해 원래 계획했던 행정ㆍ재정적 문제들을 풀어가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혼돈의 협회는 사실상 명분과 추진력이 한계에 부딪혔다. 홍 위원장은 "2개월이라고 알고 처음 비대위를 맡았는데 지금 아무 힘도 없이 간다는 게 어렵다"면서 "대한체육회도 명확한 입장을 주지 않아 일단 회장 선거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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