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cking crazy’ 경멸적 표현 여부
사전적 의미와 발언 배경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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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cking crazy’라는 영어 욕설을 혼잣말한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62)씨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처분 취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기소유예 처분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지는 않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되는 판단이다.
같은 아파트 주민인 A씨와 B(42)씨는 지난해 5월 아파트 앞 주차장 부근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B씨는 20세 연상인 A씨에게 계속 반말로 시비를 걸며 따라오던 중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던 아파트 경비원을 보자 갑자기 A씨에게 존댓말을 하며 태도를 바꿨다.
어이가 없다고 느낀 A씨는 영어로 “you are fucking crazy”라고 혼잣말을 했다. B씨는 모욕죄로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같은 해 11월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그러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올 1월 검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A씨는 말다툼 당시 앞뒤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녹취록도 제출했다.
재판부는 ‘crazy’를 강조하는 수식어 ‘fucking’은 ‘대단히’ ‘지독히’ ‘매우’ 등의 뜻으로, ‘crazy’는 ‘미친’ ‘말도 안 되는’ ‘열광하는’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A씨가 이런 표현을 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면, ‘당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라며 “모욕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위 표현이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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