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분야와 직업상 어딜 가더라도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잘잘못이 눈에 들어온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그보다 나중이다(이는 국어 분야 종사자들에게 흔한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잘못은 그 이유나 원인이 대강은 짐작되는데, 왜 그런지 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언제부터인지 자주 보이는 ‘쉐’라는 표기이다.
우리말이 주변 언어인 일본어나 중국어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소리를 갖추고 있어서 한글 역시 자모가 발달하였고, 여기에 더하여 모음자의 어울러 쓰기(여기서는 ㅘ, ㅙ, ㅝ 따위)로 그 표현의 폭이 굉장히 넓다. 한글이 여러 소리들을 정확하게, 좀 더 정리된 표현으로는 다른 소리들과 충분히 구별되게 적을 수 있는 표기 체계라는 뜻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각각의 글자들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나타내며 ‘쉐’와 ‘셰’ 역시 각기 다른 소리를 나타내야 한다. ‘웨’ 앞에 ‘ㅅ’이 오면 ‘쉐’이고, ‘예’ 앞에 ‘ㅅ’이 오면 ‘셰’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인데, 더 쉽게 설명할 방도가 도통 찾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셰’ 대신에 ‘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쉐어링’ ‘쉐도우’ ‘파티쉐’ ‘쉐어하우스’ 등이 그렇다. 급기야 몇 년 전 한 자동차 상표명이 ‘셰보레’ 대신 ‘쉐보레’로 결정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고유명칭은 그 소유자가 표기를 정하게 되어 있는 법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카셰어링’ ‘섀도’ ‘파티셰’ ‘셰어하우스’로 적혀 마땅한 것이 ‘쉐’로 엉뚱하게 적히는 일은 약간만 주의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이어서 안타깝다. 당연히,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이 빨리 마련되고 정착되어야 하겠다는 절박함 뒤에 오는 생각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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