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드라마 대본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한동안 영화만 찍을 생각이었고, 여자 주연을 ‘원톱’으로 내세운 드라마라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친분으로 KBS2 ‘추리의 여왕’ PD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배우 권상우는 마음을 바꿨다. 다음날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남주인공 캐릭터의 성격과 신선한 스토리에 반해 드라마 출연을 확정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추리의 왕자’가 아니고 왜 ‘추리의 여왕’이냐 생각 할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참신해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관을 믿고 육탄 수사를 벌이는 ‘무대포’ 마약 수사관 하완승 역을 맡았다. 하완승은 사사건건 수사에 참견하는 주부 탐정 유성옥(최강희)에게 “아줌마 정신줄 놨어? 한가한 아줌마들 추리놀이 하는 데가 아니라고”라며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성옥을 귀찮아하던 그는 유성옥의 능력을 인정한다. 이후 둘은 합심해 사건을 해결한다.
권상우의 연기 이력을 살펴보면 형사, 탐정과 인연이 깊다. 영화 ‘야수’(2005)에서 다혈질 형사 장도영으로, 영화 ‘탐정: 더 비기닝’(2016)에서 셜록 수준의 추리력을 보이는, 미제살인사건 카페의 운영자 강대만으로 활약했다. ‘추리의 여왕’에서는 그의 시원한 매력이 더욱 돋보였다. 유성옥이 등장할 때마다 “아줌마!”라고 핀잔을 주며 밀고 당기는 신경전의 재미를 살렸다.
권상우는 “주인공의 매력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호”한다.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이야기의 힘이 큰 작품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캐릭터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작품에 출연하려고 한다. 그는 “1,000만 관객 영화도 좋겠지만 작품으로만 기억되거나 감독의 이름만 남는 작품보다는 배우가 연기하는 게 보이는 작품이 좋다”며 “‘추리의 여왕’이 그런 작품”이라고 말했다.
‘추리의 여왕’은 OCN ‘터널’과 tvN ‘써클’ 등 요즘 넘쳐나는 추리 미스터리 장르와도 확연히 구분된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샀고, 살인사건이라는 주요 소재로 하지만 매회 흥미로운 설정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권상우는 “웃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추리극이라는 게 다른 추리 드라마와 우리의 차이점”이라며 웃어 보였다.
어느덧 데뷔 17년을 맞이했고, 그 사이 그는 아버지가 되고 40대에 이르면서 주연 욕심을 내려놓게 됐지만 아직도 도전하고 싶은 꿈들이 많다. 그는 “아직까지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액션”이라며 정통 액션물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그는 “나 스스로 어딘가 결핍돼 있기 때문에 그런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다”며 “어딘가 덜 떨어진 남자의 사랑이야기나 크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올 6월 크랭크인하는 ‘탐정2’ 외에 다른 영화도 준비 중이다. 그는 “톱스타 이미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영원하지 않다”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을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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