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노승일씨와 변호인단이 얼굴을 붉혀가며 고성을 주고 받은 끝에 재판이 휴정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노씨가 증인으로 예정되면서 노씨와 박 전 대통령ㆍ최순실 측 간의 설전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 노씨가 최씨의 국정농단 비위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격이라 변호인단들이 노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 측의 주신문이 끝나자 박 전 대통령 측은 노씨가 최씨에게 인정 받지 못하면서도 그 밑에서 끝까지 일한 이유를 캐물었다. 노씨가 최씨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취지였다. 유영하 변호사는 “사실상 최씨에게서 두 번이나 당하고도 왜 K스포츠재단에 들어갔고, 최씨가 재단과 관련 있다는 걸 알고도 왜 그만두지 못했느냐”고 따졌다. 이에 얼굴이 붉어진 노씨는 “왜 퇴사를 안 했느냐를 묻는데 저는 그만두면 실업자였다. 다른 데 취직을 못 해서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반복하자 노씨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유 변호사가 “흥분하지 말라”고 하자 노씨는 “제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다 밝히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재판장은 노씨에게 “감정만 안 좋아지니까 하고 싶은 말은 나중에 기회를 줄 테니 그때 하라”고 진정시켰다.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이번엔 노씨와 최씨 측인 이경재 변호사가 설전을 벌였다. 이 변호사는 노씨 사생활 문제를 언급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노씨가 “진실은 변하는 게 없는데 왜 사생활까지 뒤져가며 말하는 거냐”고 따졌다. 이 변호사가 계속해 2015년 최씨와 함께 독일에 있을 당시 차량 구매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노씨는 “제가 그 정도 양심도 없어 보입니까”라고 고함을 질렀다.
결국 재판장이 나서 “더는 증인신문이 어려울 것 같다”고 휴정을 선언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휴식을 위해 법정을 나서는 노씨를 향해 야유를 보내 재판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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