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방, 보고서 열람 안했나
위승호, 한미 비공개 사안이라며
‘4기 추가 반입’ 삭제 지시
軍 안팎선 “보고 체계 납득 어려워
열람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런 게 있었습니까’ 발언했나
정의용 안보실장과 대화에서
韓국방 반문했다 밝혔지만
靑 이번엔 “추가 말씀드릴게 없다”
김관진 혐의도 확인 못해
청와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이 보고서 초안에 있던 해당 문구 삭제를 지시했고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진행하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는 정황이 새롭게 확인됐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어떤 의도로 문구를 삭제했고, 그 과정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청와대가 위 실장을 문책하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용두사미’ 조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5일 설명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고 누락은 위승호 실장의 단독 범행이었다. 안보실장 업무보고를 위해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발사대 6기와 추가 발사대 4기의 보관위치가 적혀 있었지만 보고서 검토 과정에서 위 실장이 문구 삭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대신 최종 보고서에 ‘발사대ㆍ레이더 등 한국에 전개’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기재할 것을 지시하고 업무 보고 시에 아무런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 안보실장이 발사대가 추가 반입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실장이 보고를 누락시킨 경위는 다소 의아하다.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위 실장은 4기 추가 반입 사실의 경우 미군 측과 비공개 하기로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전에도 보고서에 기재한 사실이 없으며 이번 보고서에도 삭제한 채 구두로 설명할 것을 지시했다. 한 마디로 위 실장이 단독으로 청와대 보고에 사실관계를 누락시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보고 체계상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새정부 출범 후 첫 공식 보고서를 만들면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열람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국방부 주변의 군사 전문가들은 “실무자들이 보고서에 사실관계를 누락시키더라도 장관을 포함한 상관들이 추가를 지시하는 게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위 실장만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군 통수권자에 대한 ‘의도성 있는’ 보고 누락으로 ‘국기문란’으로 규정했던 것에 비하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청와대가 보고 누락을 문제 삼으면서 거론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한 장관의 28일 오찬 대화 내용도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당시 정 실장은 한 장관에게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마치 한 장관이 정 실장을 상대로 답변을 회피했다는 뉘앙스였지만, 이날 조사 발표에선 “두 분 간 대화여서 추가적으로 말씀 드릴 게 없다”며 유야무야 넘어가는 인상이 짙다.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서도 보고 누락과 관련한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국방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지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추가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국 측에 공여된 사드 부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 과정이 드러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는 당초 전망됐던 사드 배치 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재조사가 아니라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복원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청와대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실전 운용까지의 시간을 버는 동시에 사드를 둘러싼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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