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체 셉테니 채용과정
직원 6000명 자료 분석
지원자 활약 예측모델 도입
인간형 로봇 동원하는 곳도
질문 이후 시선까지 분석
일본 후쿠오카(福岡)시 대학에 다니는 졸업반 학생 A씨. 그는 취직시험을 위해 서울~부산의 3배 거리인 도쿄(東京)까지 대여섯 번을 왕복하느라 교통비만 15만엔(약 150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도쿄에 있는 인터넷 광고기업 셉테니(Septeni)홀딩스를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화상면접을 치르면서 주머니 사정에 숨통이 트였다. 이 회사가 지방학생을 상대로 올해 도입한 ‘온라인리크루팅’에 응시해 자택에서 면접을 봤기 때문이다.
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내년 봄 대학졸업예정자 대상 기업의 신입직원 채용이 본격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로봇, 화상면접 등 첨단기술의 활용 확대로 입사면접 풍경이 확 바뀌고 있다. 원거리 화상면접을 도입한 회사가 있는가 하면 실제 채용에 ‘AI 면접관’ 투입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셉테니홀딩스는 2009년부터 입사 전형에 참여했던 지원자와 사원 6,000명의 데이터를 축적한 뒤 채용 시와 입사 후 ‘활약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어떤 사원이 장래 얼마나 활약할지 정밀하게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이 예측모델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채용 시 15분간 성격진단 테스트 등을 통해 100개 항목의 정보를 확보한 뒤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으로 면접이 간략해져 인력난을 겪는 회사들이 지방학생들을 채용하는 데 도움을 받는 정도지만, AI가 직접 면접관이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한 채용컨설팅업체는 올여름부터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AI 면접서비스를 시작한다. 학생은 희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면접을 볼 수 있다. AI면접관은 질문한 뒤 응답하는 지원자의 시선 움직임까지 분석한다. 이후 응답 내용을 텍스트화해 유연성ㆍ감수성ㆍ기획력 등 11개 항목으로 점수화하게 된다. 실제로 대형은행 웹사이트를 운용ㆍ지원하는 도쿄증시 상장기업 멤버스는 100명을 뽑는데 1차 면접자가 1,000여명이나 몰리자 AI 면접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일부 취업지망생들은“대면 면접은 면접관의 주관적 인상으로 좌우되는데 AI는 공평한 기준으로 결정해 신뢰할 수 있다”고 환영하기도 하지만 “AI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 채용 과정은 효율화되겠지만 사람을 AI가 평가하는 일에 대한 윤리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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