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 있는 것 울 수도 있는 것 다 고마워.” 가수 거미는 특유의 가성으로 속삭이듯 노래를 불러 아련함을 준다. 5일 오후 6시에 멜론 등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 새 앨범 ‘스트로크’ 수록곡 ‘나갈까’다. 노래의 서정을 돋운 건 기타 소리다. 기타 연주자가 한 줄 한 줄을 짚어가며 내는 소리는 따뜻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갈까’의 기타 연주를 배우 조정석이 했다. 조정식과 거미는 연인 사이다. 4년 째 열애 중인 두 사람은 ‘나갈까’를 함께 작곡했다.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노래’가 따로 없다.
‘스트로크’는 거미가 무려 9년 만에 낸 새 앨범이다. 한 곡 한 곡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상황에서 거미는 어떻게 조정석과 같이 곡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거미는 이날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새 앨범 발매 행사에서 “조정석이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며 수줍게 말했다. 조정석이 새 앨범 작업 모니터링을 많이 해줘 서로 곡에 대한 얘기를 하다 곡까지 같이 만들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조정석이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는 거미의 말도 빈말만은 아니다. 조정석을 알기 위해선 시간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스무 살 청년이던 그의 꿈은 클래식 기타리스트였다. 감정도 풍부한 그는 작곡도 한다. 2015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 때 연주한 노래는 그가 직접 만든 노래다. ‘기브 미 어 초콜릿’이란 사랑 노래로, 음원으로 공개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조정석은 ‘오 나의 귀신님’ 종방 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3년 전 비 오는 날 집에서 술 한잔한 뒤 분위기에 취해 만든 노래”라고 작곡 계기를 들려준 바 있다.
친숙한 포크 음악 ‘나갈까’가 실린 거미의 5집은 장르의 용광로 같다. 힙합과 발라드부터 리듬 앤 블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타이틀곡 ‘아이 아이 요’는 영국 모던 록 스타일에 전자 음악이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준다. 곡에 대해 거미는 “꿈을 꾸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흥얼거림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아이 아이 요’에는 꿈을 향해 비상하는 사람들에 전하는 희망이 담겼다. 그는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이 돌아가실 때 가슴에 하나 남겨드리고 싶은데, 더 진실한 공감을 하기 위해 인생 얘기를 담았다”며 곡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2003년 데뷔한 거미는 올해 어느덧 데뷔 15년 차를 맞았다. 솔로 여가수가 가요계에서 자리 잡기 쉽지 않은 음악 현실을 고려하면 뜻 깊은 일이다. 거미도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오랜 만에 낸 새 앨범을 “안정적으로 발라드나 이별 노래로만 채우지 않고 도전한” 이유다.
물론 거미도 한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며 “전 창작보다는 표현에 더 많은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다 찾아 다닐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