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중학생이 쓰레기 처리차량에 걸려 길바닥에 늘어진 군부대 철조망에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생은 장기까지 다쳐 평생 장애를 안고 가야 할 처지다.
5일 세종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7시 53분쯤 세종시 연서면 월하리 모 군부대 인근 도로에서 이 동네에 사는 김모(15)군이 크게 다쳤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배와 다리 등을 심하게 다쳐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김군을 충북대병원으로 이송했다. 김군은 일부 장기까지 손상돼 위와 장 절제술을 받고 위기를 넘겼지만 추가 수술을 한 뒤 재활치료까지 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음식물 수거차량이 군부대 담벼락에 설치된 철조망이 차량에 걸린 줄 모른 채 주행한 탓에 발생했다. 이날 자전거로 등교하던 김 군은 차량이 걸려 길바닥에 길게 늘어진 철조망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 철조망에 걸렸다. 길바닥에 늘어진 철조망은 길이만 200여m에 달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운전자 정모(52)씨는 철조망이 걸려 길바닥에 늘어지고, 사람까지 걸려 끌려오는 것을 까맣게 모른 채 60m 가량을 주행하다 쓰레기 처리를 위해 차를 세운 뒤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세종시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용역을 맡아 해당 차량을 운행하는 업체 측은 김군과 가족을 찾아가 사과하고, 보험처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업체 대표는 “아이가 뜻하지 않게 크게 다치게 돼 정말 죄송하다”며 “아이가 치료를 잘 받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병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종지역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인 ‘세종맘카페’가 위로비 모금 활동을 자발적으로 펼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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