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란ㆍ무장단체 지원 의심 이유
중립외교 노선에 잠재 갈등 폭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ㆍ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UAE)ㆍ예멘 등 중동 5개국이 일제히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가 이란을 지지하고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지원했다는 의심에 따른 것이다. 카타르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중동 지역에서 중립 외교 노선을 추구해 이웃 아랍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고 잠재된 갈등이 폭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5일 국영통신 보도를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카타르와의 단교를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바레인도 카타르가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내정 간섭을 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고 이집트와 UAE, 예멘도 뒤따랐다..
페르시아만 인접국가인 사우디ㆍUAEㆍ바레인은 카타르 국민에게 2주 내 출국을 명령했다. 사우디와 이집트, 바레인은 해상과 항공교통을 잠정 단절했고 UAE 국적기 이티하드항공은 6일 오전부터 카타르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카타르군은 후티 반군과 싸우기 위해 예멘 내전에 파견된 다국적군에서도 축출됐다.
카타르 외교부는 아랍 국가들의 단교 결정이 “근거 없는 주장과 의혹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며 “정당화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미국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하며 양측 간 대화를 주선하겠다고 나섰다.
사우디 등 5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포한 계기는 지난달 23일 발생한 국영 카타르뉴스통신(QNA) 해킹 사건이다. 당시 QNA에는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정당화할 구실이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올라왔다. 이 기사가 보도된 직후 카타르 정부는 해당 기사가 QNA 해킹으로 인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지만 사우디와 UAE 등은 카타르를 비난하며 카타르 주요 언론사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카타르와 여타 아랍 국가의 분쟁은 뿌리가 깊다. 카타르는 걸프협력회의(GCC)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중동 주요 동맹국 중 하나로 활동했지만 막대한 재력과 카타르 왕가가 지원하는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매체 영향력을 활용해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사실상 중립 외교 노선을 타고 있었기에 걸프 동맹의 결속을 해칠 수 있는 잠재적인 불안 요소로 취급 받았다. ‘중동판 CNN’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 알자지라는 종파와 국가의 입장을 가리지 않고 중동 독재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자유주의적 보도 성향 때문에 사우디 등의 눈엣가시 중 하나였다.
또 카타르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장악한 무장집단 하마스, 이집트의 무하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배출한 무슬림 형제단 등을 지지한 바 있다. 하마스는 종파 상으론 수니파지만 이스라엘과의 대립으로 반미 성향이 강해 친미 수니파 정권 대신 주로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가의 지원을 받아 왔다. 또 서구식 민주주의를 통한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제화를 추구하는 무슬림 형제단은 왕권을 위협한다는 점 때문에 사우디와 UAE 등 수니파 절대왕정 국가에서는 테러 단체로 규정돼 있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역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집권했기에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카타르는 무르시 정권이 무너진 후 무슬림 형제단 일원을 보호하다 2014년 사우디와 이집트 등의 압박으로 이들을 국외추방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단호한 조치는 카타르 당국의 수년에 걸친 전반적 위반사항 탓”이라고 밝혀 사실상 카타르와 아랍 국가 사이의 잠재된 외교 갈등이 폭발한 것임을 인정했다.
알자지라는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를 고립시키기 위한 ‘매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알자지라는 미국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의 3일 보도를 인용해 유세프 알오타이바 미국 주재 UAE대사가 친이스라엘 신보수주의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재단(FDD)’과 연락해 카타르와 쿠웨이트에 테러 지원국 이미지를 씌우려 했다고 전했다. 또 사우디 왕가 출신이 UAE에 설립한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 UAE 왕가가 지분을 보유한 스카이뉴스아라비아가 QNA가 해킹됐다는 카타르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고 ‘가짜 뉴스’로 알려진 알타밈 국왕의 발언을 계속해서 보도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리비아 임시정부와 수니파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도 단교 행렬에 합류했다. 이들 역시 표면적으로는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후원한다는 이유를 들며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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