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팀이 장수와 관련 있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일본인 530명과 79세 이하 4,312명의 유전정보를 비교해 DNA 염기가 다른 곳을 분석한 결과 ‘CLEC3’라는 유전자를 새로 확인했다. 암 전이나 뼈 형성과 관련된 이 유전자가 특정 장소에 있는 DNA 염기와 바뀐 비율은 일반인이 19%인데 장수자는 26%로 높았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는 특정 단백질 형성에 기여해 암 전이를 억제하거나 뼈를 튼튼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 알려진 장수유전자 가운데 유명한 것은 시르투인(sirtuin)이다. 2000년 미국 MIT 교수가 효모에서 찾아낸 이 유전자는 이후 동물과 사람에서도 확인됐다. 이 유전자는 축복 받은 소수만 가진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 때문에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면 누구나 장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답은 열량 섭취를 줄이는, 즉 소식(小食)하는 것이다. 그러면 에너지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조효소의 생성을 돕고 그로 인해 이 유전자의 활동도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 장수 문제에서는 미국 인공지능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구글 기술이사)을 빼놓을 수 없다. 커즈와일은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에서 “나노 기술은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라며 “2030년에는 적혈구의 수천 배 효율로 나노봇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면역체계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에서는 수명 연장을 위한 유전자 프로그램 재설계, 세포 결함 제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그러나 당장 불로장생은 꿈일 뿐이다. 유전자 조작은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부를지 모른다. 기계와 인체를 결합해 인간의 수명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 경우 인간은 어떤 느낌일지 무척 생경하다. 그래서 지금의 인생도 결코 짧지 않다는 2,000년 전 격언이 더 와 닫는지 모르겠다. 인생론으로 유명한 세네카는 “우리의 수명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했다. 그가 제시한 인생을 길게 사는 방법은 세 가지다. 욕망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며, 오늘을 살라는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외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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