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가 또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궁지에서 구해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 IS 추종자의 잇따른 테러로 ‘반 무슬림ㆍ반 이민’ 입장을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지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과 4일 잇따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내세운 일부 무슬림 국가에 대한 출입금지, 총기규제 등이 옳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또 반 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미국 법원에 대해 상황을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차별적 언행을 피하는)‘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명분 대신 우리 공동체의 안전에 매달려야 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테러에도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며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을 공격했다. 무슬림인 칸 시장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반 무슬림’태도를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공세에 대해, 미국 언론은 지난해 대선에서 위기 때마다 IS 테러가 발생해 반전 계기를 찾은 사례가 연상된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테러(2015년 11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격사건(2015년 12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2016년 3월)가 터질 때마다 당시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에서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잇단 테러로 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 등 이번 주 일정에 제대로 대응하면, 대 러시아 유착 의혹 파문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인 상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은 “여기저기서 연기는 많지만,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증거가 없다”며 “이번 주가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