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충치 경험률이 20% 가량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체중에 따른 영양결핍이 영향을 미치는 ‘비만의 역설’의 사례로 볼 수 있다.
5일 송인석(고대 안암병원)ㆍ박준범(서울성모병원) 치과 교수팀에 따르면 2008∼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만6,129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치아우식증(충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비만 그룹의 충치 경험률이 충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를 모두 보정했을 때 저체중 그룹보다 20% 낮았다. 비만 그룹은 같은 조건에서 정상체중 그룹과 비교해서도 충치 경험률이 약 19%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과체중 그룹도 저체중 그룹과 정상체중 그룹에 견줘 충치 경험률이 각각 13%, 12% 적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구강 질병(Oral Diseases)’ 최근호에 발표됐다.
체중(㎏)을 키(ｍ)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ㆍ㎏/㎡)에 따라 조사 대상자를 저체중(18.5 미만), 정상체중(18.5 이상∼23 미만), 과체중(23 이상∼25 미만), 비만(25 이상)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체지방률(전체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 기준으로도 4개 그룹으로 나눠 충치와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체지방률이 가장 높은 그룹의 충치 경험률은 체지방률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16%가 적다. 연구팀은 저체중인 사람에게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영양결핍이 입 속의 침 분비기능을 떨어뜨리고, 침으로 인한 치아 세정작용이 덜해지면서 충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송인석 교수는 “체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면 여러 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개념으로도 충치와 관련한 비만의 역설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 “향후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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