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견본주택 주말 5만 인파
서울 아파트값 지난주 0.45%↑
10여년만에 주간 상승폭 최고
아파트 매매건수도 한달새 두배
정부 어떤 규제 내놓을지 촉각
“견본 주택에 들어가는 데에만 2시간 넘게 기다린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아예 평일에 연차휴가를 쓰고 왔다.”
지난 2일 경기 안산시 사동에서 문을 연 GS건설의 ‘그랑시티자이2차’ 견본주택을 찾은 40대 회사원 박모(47)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날도 밀려든 청약 인파에 박씨는 1시간 가까이 줄을 선 뒤에야 견본주택에 입장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차 분양 때도 청약을 넣었던 그는 “5일 만에 완판(완전판매)된 지난번보다 경쟁률(평균 9.27대 1)이 더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2일 1만3,000여명, 3일 2만여명에 이어 4일에도 이 견본주택에는 2만1,000여명이 다녀갔다. 오전 10시 개장에 맞춰 1시간 전부터 모이기 시작한 관람객의 줄은 400m 가까이 이어졌다. 4일 오후에는 입장하는 데 최소 1시간반을 기다려야 했다. 30개의 분양 상담 좌석도 빈 자리가 없었다. 한 분양 담당자는 “상담을 받으려면 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에 거주하는 신모(35)씨는 “견본주택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더 욕심이 난다”며 “청약에서 떨어져도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해제된 뒤 두 달 간 그랑시티자이 1차 분양권은 606건이나 거래됐다. 웃돈도 벌써 2,000만~3,000만원 붙었다.
이 곳뿐 아니라 전국의 분양 현장은 대부분 주말 내내 인산인해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일 광주에서 개관한 ‘힐스테이트 본촌’ 견본주택에는 3일 간 1만4,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금강주택이 같은 날 경기 화성시에서 문을 연 ‘송산그린시티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에도 주말에 2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축될 것으로 예측됐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신규 분양 단지에는 청약자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불붙은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주(5월 29일~6월 2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45% 올랐다. 2006년 11월 넷째 주(20~24일ㆍ0.45%)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간 가격상승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5월 10일) 후 서울 아파트 주간 가격 상승률은 5월 둘째 주(8~12일) 0.15%에 이어 0.24%→0.30%→0.45%로 상승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지난주 1기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0.13%)도 전주(0.40%)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분당(0.24%)이 가장 많이 뛰었고, 평촌(0.08%) 일산(0.07%)도 강세를 보였다.
주택 거래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의 월별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달 1만418건이었다. 전달(7,817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 역시 같은 기간 746건에서 1,15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은데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과잉 유동성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그 만큼 강하다는 주장도 적잖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7월 말 끝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의 연장 여부가 영향을 주겠지만 수도권 분양시장은 투자ㆍ실수요가 탄탄해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엔 미국의 금리인상 등 국내외 여건이 변하면서 집값도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안산=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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