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법원서 잇단 무죄 판결
의무소방대원ㆍ교도소 근무 등 합리적 대체복무 사회적 논의를
“이제는 합리적 대체복무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변호사로 이름이 알려진 임재성(37)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31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체복무제 도입이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이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사안임에도 그는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그 이유로 법원 판결을 들었다. 2년 전부터 일선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이를 “판사들의 양심선언”이라고 풀이했다. “유엔은 2015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자의적 구금’이라고 표현했어요. 일선 법원이 상급심에 반하는 판단을 굳이 내리는 건 (실형 선고를) 스스로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얘기겠죠.” 그는 이어 “유죄 판결을 하는 판사들조차 판결문을 굉장히 길게 작성해요. (현실적 제약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죄판결을 하면서도 (판결문을 통해) 사회에 입장표명을 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무료상담은 물론 재판도 2건이나 맡았던 그 역시도 병역거부로 1년6개월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미국 이라크전쟁 당시, 우리나라 군인을 파병하는 것을 보며 전쟁에 대한 막연한 반발심이 들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200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하면서 생긴 평화에 대한 신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도 했다.
해석은 분분하나 헌법재판소가 정의(1997년)한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다. 임 변호사는 “나 역시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울림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해하지 말라’고 배우다가, 군대에 들어가자마자 ‘적을 쉽고 빠르게 죽이는 법’을 배워야 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임 변호사는 그는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형사처벌’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감수하고 양심의 소리를 따를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런 그에게 남북분단 상황과 병역기피 사건이 수시로 터지는 우리 현실에서 국민 다수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합리적 대체복무제가 어떤 수준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24시간 합숙 형태로 근무해야겠죠. 복무기간을 1.5배 정도로 늘리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현역입대에 준하는 근무 강도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대체복무제 도입이 또 다른 방식의 차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표하며 그는 24시간 근접관찰이 필요한 병원 감옥 등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의무소방대원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합의된 건 없어요. 그렇지만 지금보다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현재(4월 말 기준) 국내에는 최소 397명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이유로 수감 중이며, 지난 60년 간 누적 수감자는 1만9,000명에 달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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