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초기 진화 못해 폭등
‘종부세’ 카드는 조세저항 불러
“文 대통령, 부동산 심각성 잘 아는 만큼 조기 대응할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부동산정책 빼고는 꿀릴 게 없다”고 말했다. 돌려 말하면 부동산정책은 실패했음을 노 대통령 스스로 시인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전 정부 시절 만들어진 부동산 거품을 물려받았지만 초기 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출범 첫 해 ▦투기과열지구 지역 확대 ▦재건축아파트 안전진단기준 강화 등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라는 보유세 개념의 세금을 도입했음에도, 부동산투기 광풍을 타고 그 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13.36%나 폭등했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 의무 ▦종부세 강화 등 한층 강화된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집값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2006년 말 전국 주택가격은 1년 새 11.6%나 올랐는데, 이는 90년(21.0%)과 2002년(16.4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서울 수도권 집값 폭등 지역을 나타내는 ‘버블 세븐’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 때였다.
당시 정부가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정권의 인기만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특히 ‘세금 폭탄’으로 불린 종부세는 그 대상이 주로 참여정부를 싫어했던 보수성향의 부유층과 장년층이었던 탓에 거센 조세 저항을 초래했다. 결국 노무현정부는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해 서민들의 원성도 사고, 종부세 탓에 부유층의 반감마저 불러 일으키면서 임기 말 심각한 레임덕에 직면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역시 집권하자마자 집값 급등에 직면하고 있다. 자칫 ‘부동산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당시만큼 투기 바람이나 가격상승세가 폭발적인 건 아니지만, 부동산실패가 임기 내내 노무현정부의 발목을 어떻게 잡았으며 잘못 대응을 할 경우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야기시킬 것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문 대통령 자신이 잘 알기 때문에 절대로 집값 안정이 흔들리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 산파 역할을 했던 김수현 사회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가 조세정의에는 부합한다 해도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만큼 문 대통령이 이런 극약 처방을 꺼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부동산 보유세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78%에서 1%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검토했지만, 결국 조세저항을 의식해 공약집엔 넣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부동산을 세금으로 다루는 건 매우 조심스런 사안”이라며 “금융규제 등 비세금 부동산대책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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