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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카지노 방화는 IS 아니라 ‘도박 중독자’ 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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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카지노 방화는 IS 아니라 ‘도박 중독자’ 소행

입력
2017.06.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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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알바얄데 마닐라지방경찰청장이 4일 기자회견에서 2일 마닐라 근교 카지노를 습격한 범인 제시 카를로스의 사진을 들고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오스카 알바얄데 마닐라지방경찰청장이 4일 기자회견에서 2일 마닐라 근교 카지노를 습격한 범인 제시 카를로스의 사진을 들고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필리핀 경찰이 2일 수도 마닐라 인근 카지노를 공격한 범인은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와는 무관한 도박 중독자로 빚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스카 알바얄데 필리핀 마닐라 지방경찰청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마닐라 근교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리조트 월드 마닐라 카지노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총격을 가한 범인의 신원을 제시 제이비어 카를로스(43)로 공개했다. 알바얄데 청장은 “카를로스는 기독교도였기 때문에 자기들 소행이라는 IS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카를로스는 재무부에서 세금 전문 공무원으로 일했으나 2년 전 재산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은행으로부터 허용한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채무를 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해고당했다. 범행 직전에는 카지노에서 너무 많은 돈을 탕진해 400만페소 (약 9,000만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 있었고 자동차를 비롯해 자신의 재산을 닥치는 대로 처분했다. 결국 도박 중독증을 우려한 가족의 요청으로 인해 카를로스는 필리핀유흥산업관리공단(PACGOR)으로부터 모든 카지노에 출입을 금지 당했다. 알바얄데 청장은 카를로스가 이에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카를로스의 부모 페르난도ㆍ테오도라 부부와 부인이 기자회견 현장에 나타나 범인의 신원을 증명했다. 범인의 모친 테오도라 카를로스는 기자회견에서 “아들은 카지노에 다니고부터 우리(가족)를 보러 오지도 않았다. 그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며 피해자들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수건을 쓴 범인의 부인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나타났지만 사건의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해 의료진이 맥박을 체크하기도 했다.

앞서 보도에 따르면 카를로스는 2일 M4 자동소총을 들고 카지노에 침입, 위협 사격으로 치안 담당자와 종업원, 손님들을 쫓아낸 후 카지노 내에 있는 칩과 돈을 훔쳤으며 미리 가져간 석유통으로 실내 곳곳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 화재로 인해 37명이 질식사했으며 사망자 가운데는 한국인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를로스는 범행 약 5시간 뒤 건물과 연결된 호텔에서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질러 숨진 채 발견됐다.

IS를 지지하는 무장집단 ‘마우테’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도시 마라위를 점거하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에 대항해 게엄령을 선포한 터라 사건 발생 당시 IS의 영향을 받은 테러라는 추정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계속해서 IS와 이번 사건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해 왔다. 알바얄데 청장은 IS를 경계하며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마닐라 근교 카지노 습격 범인인 제시 카를로스의 모친 테오도라 카를로스(앞줄 왼쪽)와 부친 페르난도(앞줄 오른쪽)가 기자회견에서 범인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마닐라 근교 카지노 습격 범인인 제시 카를로스의 모친 테오도라 카를로스(앞줄 왼쪽)와 부친 페르난도(앞줄 오른쪽)가 기자회견에서 범인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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