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4명 중 3명은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두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KBS와 MBC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74%인 반면 “충실했다”는 대답은 21%에 그쳤다. KBS와 MBC의 사장과 이사진의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67%가 “공영방송 위상 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응답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경영진에게 물었다.
이 조사 결과가 아니라도 두 공영방송이 공공성을 외면한 채 정권 눈치 보기와 불공정ㆍ편파 방송을 일삼는다는 지적이 나온 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면서 비판에는 철저히 눈을 감은 사실은 두 방송 시청자라면 모를 수 없는 정도였다. 심지어 국정농단 사태 보도에서도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시청자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기자, PD 등은 회사 밖으로 내쫓는 등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었다.
두 방송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높아질 만큼 높아졌다. 당장 2일만해도 KBS 드라마 PD들이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은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KBS에서는 노조와 직능단체뿐 아니라 개별 기자들까지 성명을 내 고 사장 등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MBC 조합원들은 “MBC에서 부당해고와 부당징계, 부당한 인사발령, 노동조합 혐오와 감시 및 노조 탈퇴 종용 등 심각한 부당노동행위가 횡행했다”며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제 두 방송 경영진이 그렇게까지 보위하고자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마당이니 그들 또한 물러나는 것이 사리에 맞다. YTN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 시절 낙하산 인사로 거론됐던 조준희 사장이 이미 자진 사퇴했다. KBS와 MBC의 경영진이 자리에 눌러 앉아있을 명분도, 이유도 없다. 공영방송 유린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하루 속히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런 뒤 공영방송 철학이 투철한 인사가 경영을 맡아야 무너진 독립성과 공공성을 회복하고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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