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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드 갈등’ 차단…배치 완료 시기는 불씨로

입력
2017.06.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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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문제’ 공감대 형성

한민구 국방 “사드 입장 안 바꿔”

매티스 국방 “韓 입장 이해ㆍ신뢰”

◆배치완료 시기 논의 안해

이달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부담

文정부의 속도조절 용인 미지수

◆북핵, 최대 안보 이슈로

美, 남중국해보다 우선순위로 둬

주요국들도 北 도발 비판 쏟아내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한미일 3자 회동에서 한민구(왼쪽부터)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한미일 3자 회동에서 한민구(왼쪽부터)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회의)를 계기로 국방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보고 누락 파문’이 한미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단선을 재빠르게 치고 나섰다. 한국은 “사드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완료 시기를 둔 한미 간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향후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됐다.

3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 내 사드 논란이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는 것은 아니며 한국 내의 절차적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 장관은 “현재 진행중인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고 양해를 구한 데 대한 메티즈 장관은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티스 장관은 앞서 샹그릴라 본회의 주제발표에서도 “미국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고자 한국과 투명하게(transparently)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명하게’라는 표현은 당초 원고에는 없던 것으로,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이 같은 절제된 반응은 한국 내 사드 논란이 자칫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미 간 이견 차가 부각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다. 사드를 ‘로우 키(Low key)’로 다루려는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미간 기존 합의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국내 사드 여론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내 사드 배치 완료를 기정사실화했던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속도조절을 어느 정도까지 지켜볼지는 미지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려면 당초 예상보다 배치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사드 배치 절차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미국은 문재인정부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직ㆍ간접적으로 압박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총괄하는 제임스 시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이 입국해 5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예방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순한 예방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지난해 8월에도 방한해 사드 관련 의혹을 적극 해명했던 시링 청장의 방문 목적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 입장을 설명하며 사드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자리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임호영 부사령관이 동행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샹그릴라회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핵위기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매티스 장관은 3일 주제발표에서 이례적으로 남중국해 문제 보다 북핵문제를 최대 안보 이슈로 먼저 꼽았으며, 한 장관도 미국, 일본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과 회담하며 북핵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주요국 대표들의 연설에서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처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처음”이라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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