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자 주50시간 노동 보장
유학비자로 온 사람들 부정 신청
심사 기간 8개월로 늘어나 부작용
“진짜 난민에겐 되레 엄격한 잣대”

‘난민 쇄국’이란 비아냥을 들을 만큼 폐쇄적인 일본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6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며 지난해엔 처음으로 1만명선을 넘어섰다. 일본 법무성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출신들의 취업 목적 신청이 증가해 건당 심사 기간도 예전보다 크게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에 따른 해외 취업 공략지로 일본의 인기가 높아진 게 배경이다. 그러나 심사절차에 에너지가 낭비되면서 정작 본래 목적인 난민 보호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군마(群馬)현의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한 20대 이란 출신 남성은 2015년 유학생으로 와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항상 생활이 쪼들렸다. 유학비자상 노동시간이 주당 28시간으로 한정돼 월수입은 12만엔(120만원)에 불과했다. 부모로부터 송금은 기대할 수 없고 공장에서 폐기되는 식재료를 받아오며 돈을 아꼈지만 월세 체납을 막지 못했고 급기야 학비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다 고향 친구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고 고민을 쉽게 해결했다. 지난해 고국의 ‘정치 갈등’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면서 노동시간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2010년부터 난민 신청자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신청 후 6개월이 지나면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남성은 신청 6개월 만에 풀타임 근무자격을 취득했고 주당 50시간 이상을 일해 월수입이 20만엔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는 “공부를 하고 싶어 일본에 오고도 돈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수두룩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난민 인정제는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모국에서 박해를 받은 외국인에 체류를 인정하는 제도다. 불인정 조치가 내려져도 이의제기와 재신청을 반복하는 동안 계속 취업을 할 수 있어 제도적 틈새를 노린 난민 신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법무당국의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신청자는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44%나 늘어난 1만901명(난민인정 28명)에 달했지만 이들 모국에서 대량 난민이 발생할 특별한 원인은 없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문제는 건당 심사 기간 장기화가 필연적이란 점이다. 지난해 건당 평균 처리기간은 8.3개월로 5년전보다 3개월 이상 길어졌다. 자료심사부터 면담일 조정까지 행정인력상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때문에 난민지원 시민단체측은 “취업 목적 신청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모국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고 일본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약자들에겐 증거불충분같은 엄격한 잣대만 적용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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