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유학파’ 장이근(24)이 한국 최고의 대회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며 디 오픈 티켓을 거머쥐었다.
장이근은 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1)에서 열린 제60회 대회 최종일 연장 접전 끝에 김기환(26)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디 오픈 출전권과 3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우승상금뿐 아니라 원하면 5년 동안 KGT 시드도 보장받는다. 장이근의 부친은 한국오픈이 열린 우정힐스골프장 클럽 챔피언을 지내 부자가 같은 골프장에서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도 만들어냈다.
감격적인 첫 우승만큼 경기 내용도 드라마틱했다. 2타 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장이근은 높아진 코스 난도에도 13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며 선두 경쟁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14번홀(파4)에서 그린 미스에 이어 세 번째 샷마저 실수해 2타를 잃었고 이어진 15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보기를 적어내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난코스로 악명 높은 16번홀(파3)에서 10m 버디를 잡아내 불씨를 살리더니 17번홀(파4)에서도 5m 거리 내리막 버디 퍼트를 집어 넣어 극적으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마지막 18번홀(파5)만 남겨 둔 상황에서 공동 선두는 김기환(24)을 비롯해 무려 4명이었다. 18번홀에서 김기환이 먼저 7m 버디를 잡아냈지만 장이근은 1.5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4라운드를 1언더파 70타로 마쳐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77타로 김기환과 함께 3개홀 합산 방식 연장전에 나선 장이근은 17번홀(파4) 칩인 버디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린을 놓친 데 이어 2m 파퍼트마저 놓친 김기환을 2타 차로 앞선 장이근은 18번홀(파5)에서 3퍼트 보기를 했지만 3타 차로 연장전 승리를 확정했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장이근은 미국 서부 명문 사립대 USC 골프부에서 활동하며 프로 골프 선수의 꿈을 키운 유학파다. 프로 입문을 위해 USC를 중퇴한 장이근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이 여의치 않자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차이나 투어에서 뛰면서 실력을 쌓은 장이근은 지난해부터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주무대로 삼았다. 지난 4월 아시아투어 잉더 헤리티지 준우승으로 프로 무대 최고 성적을 올린 그는 KGT가 아닌 원아시아투어 회원 자격으로 한국오픈에 출전했다.
한편 KGT에서 6년 동안 평균타수 1위에 주는 덕춘상을 두 차례나 받고도 우승과 인연이 없던 김기환은 단독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잃는 바람에 이번에도 우승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대회 준우승자에도 주는 디오픈 출전권과 함께 어지간한 대회 우승 상금과 맞먹는 1억2,000만원의 2위 상금을 손에 넣었다.
데일리베스트인 6언더파 65타의 맹타를 터트린 국내 1인자 최진호(33)는 1타가 모자라 연장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공동3위(6언더파 278타)에 올라 상금랭킹 1위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자리를 지켰다. 우승하면 18번홀 그린 위에서 미뤘던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던 허인회(28)는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선두에 1타 뒤진 공동3위에 만족해야 했다. 국가대표 김동민(대구 영신고3년)은 공동6위(3언더파 281타)로 아마추어 최고 성적을 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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