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두 축구 스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가 승자의 환희를 맘껏 만끽하는 동안 ‘불혹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39ㆍ유벤투스)은 고개를 숙였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4일(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4-1 승리를 거둬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호날두가 2골을 작렬했고 카세미루(25)와 마르코 아센시오(21)가 1골씩 보탰다. 유벤투스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마리오 만주키치(31)가 그림 같은 오버헤드 킥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유벤투스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2경기에서 단 3골만 허용하고 결승에 올라갔다. ‘천하의’ 리오넬 메시(30)가 버틴 FC바르셀로나(스페인)도 준결승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1골도 뽑지 못했다. 그 중심에는 골키퍼 부폰이 있었다. 하지만 메시가 뚫지 못한 유벤투스 골문을 호날두는 맘껏 휘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 대회 10골로 메시에 1골 차 뒤져 있던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기어코 멀티 득점을 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2012~13시즌부터 5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라 메시의 4시즌 연속 기록도 처음으로 넘어섰다. 호날두는 국가대표와 프로 무대를 합해 역대 600호 골 고지까지 밟았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406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118골,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 5골, 포르투갈 대표팀 71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는 그 해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사실상 예약했다. 그는 지금까지 총 4차례(2008ㆍ2013ㆍ2014ㆍ2016) 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는데 이번에 받으면 통산 5회 수상의 메시와 동률을 이룬다. 호날두는 경기 뒤 “내 경력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매년 그렇게 되는 것 같다”며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도 나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반면 부폰은 또 눈물을 흘렸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반지는 그의 꿈이자 축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였다. 부폰은 2002~03시즌 리그 라이벌인 AC밀란에 승부차기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4~15시즌에는 바르셀로나에 무너졌다. 만 39세의 그에게 이번은 어쩌면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될 수 있었다. 그는 결승을 앞두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해 달리다 보니 많은 나이에도 지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며 “모든 이들은 내 축구 인생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사라졌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직 꿈을 꾸고 있다”고 간절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빅 이어’(손잡이 모양이 큰 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애칭)는 부폰을 외면했다. 운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호날두의 선제골과 카세미루의 두 번째 골 모두 수비에 맞고 굴절돼 부폰이 막을 수 없는 코스로 들어갔다. 유벤투스가 자랑하던 철벽수비는 호날두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에 하루 만에 4골을 헌납했다. 부폰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후반전에 우리 팀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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