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서 美비판하며 자국안보 경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작은 나라는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북한의 핵개발 논리를 두둔했다고 일본 언론이 4일 전했다. 푸틴은 앞서 1일에도 일본과 영유권 갈등지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 “일본 주권하에 들어가면 이 섬에 미군기지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등 동북아 안보현안과 관련해 북핵 보다는 북한을 이유로 지역내 군사력을 강화하는 미국측을 비판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토론에서 미국을 겨냥해 “힘의 논리, 폭력의 논리가 위세를 떨치는 동안은 지금 북한에서 보이는 문제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며 “작은 국가들은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4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로써 푸틴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일정한 이해를 드러냈으며, 북한보다 미국이 자국 안보에 최대 위협이라는 그의 세계관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인 14명ㆍ기관 4곳을 자산동결 및 국외여행 제한 블랙리스트 명단에 추가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에 중국과 함께 찬성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북한문제를 일으킨 근본원인이 무력을 배경으로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미국에 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미국이 북한을 이유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대한 강한 경계감이 있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2일 토론에서 “군사동맹에 가담하고 있는 나라는 주권이 제한되고, 멀리 있는 지도부(미국)에게 허가 받은 것밖에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일ㆍ한미동맹이 미국의 뜻을 받아 러시아를 동과 서에서 협공한다는 강한 불만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은 평가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북방 4개섬 반환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협의중인 ‘공동경제활동’구상이 벽에 부딪힌 형국이다. 푸틴의 발언에 대해 일본 외교당국은 “러시아측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공동경제활동 구상과 관련된 일본 기업들은 당혹스러움에 비상이 걸렸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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