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피하는 인파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쓰레기 10배 증가
환경미화원 작업 부담도 커져
“여기가 공원인지 쓰레기장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말인 3일 저녁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청소를 하던 김모(63)씨는 “쓰레기를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면서 하소연을 했다.
광안대교 야경으로 유명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은 매년 이맘때면 더위를 피해 몰려드는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하지만 관할 구와 공원 관리 인력들은 일부 시민들의 무질서한 행동에다 매일 새벽마다 수북이 쌓여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에도 민락수변공원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원 바닥 곳곳에는 음식 쓰레기와 담배꽁초, 술병들이 나뒹굴었다. 술에 취한 시민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또 취객들이 곳곳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바람에 ‘흡연 무법지대’로 변했다. 자녀와 함께 공원을 찾은 최모(36^여) 씨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쉬는 것은 좋지만 너무 무질서하게 노는 탓에 아이들의 교육에는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 중앙출입구에 마련된 쓰레기통에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각종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특히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거나 심지어 음식을 먹고 난 뒤 그대로 방치하고 몸만 쏙 빠져나가는 ‘얌체족’들이 넘쳐났다.
이 때문에 민락수변공원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쓰레기의 양은 1,000ℓ 용량 마대 40장 규모다. 주말에는 2배가량 늘어 70~80장의 마대가 쓰인다. 상대적으로 날씨가 쌀쌀했던 4월 초만 하더라도 평일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1,000ℓ 용량 마대 4장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축구장 4개 정도의 면적인 공원을 뒤덮은 쓰레기를 치우는 건 기간제 근로자와 환경미화원의 몫이다. 기간제 근로자들은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공원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분리 수거한다.
환경미화원들은 다음날 오전 4시부터 투입된다. 쓰레기의 양이 워낙 많아 작업을 마치는 데에 평일 기준으로 4시간 넘게 걸린다.
민락수변공원에서는 매년 이맘때부터 8월 말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만 관할 수영구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명칭은 공원이지만 법적으로 호안시설로 분류돼 음식물을 먹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사법권이 없는 공무원이 상대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고 변명하면 사실 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
수영구는 고육지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장에서 민락수변공원 전용 쓰레기봉투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주황색인 이 쓰레기봉투는 가로 33㎝, 세로 56㎝ 크기로 쓰레기를 담아주기만 하면 구가 알아서 처리한다. 수영구 관계자는 “쓰레기를 깨끗이 정리하고,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는 등 시민의식이 있어야 수변공원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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