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韓 1.6% 美 최소 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종료하더라도 오히려 미국기업이 더 높은 관세율을 부담해야 하는 등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무역에서 적자를 내는 교역국을 대상으로 FTA 재협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한ㆍ미 간에는 관세인하가 상당히 진전돼 FTA 재협상을 하더라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긴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4일 ‘한미FTA 재협상과 우리의 대응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관세가 대부분 철폐돼 2016년 양국 간 교역의 93.4%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가중평균 관세율은 양국 모두 0.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협정 종료 시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율은 1.6%, 한국의 대미국 관세율은 최소 4%로 한국으로 수출하는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FTA가 종료될 경우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는데 한국의 대미국 제조업 MFN 관세율이 최소 4%로 미국 기업들이 부담할 관세가 더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최혜국 대우는 한 나라가 외국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협정 상대국에도 부여하는 걸 말한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는 한ㆍ미 FTA 발효 이후 증가 추이를 보인다. FTA 발효 전후 5년 평균을 비교하면 발효 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는 120억달러(약 13조4,800억원)에서 발효 후 237억달러(약 26조6,200억원)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문제를 부각하며 한ㆍ미 FTA 재협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문제 삼는 대 한국 무역적자가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교역구조 및 미국의 수출경쟁력 저하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국 경쟁력이 낮고 상대국의 경쟁력이 높은 품목을 주로 수입하고 있어서 무역수지와 관세인하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협정이 종료될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 감소보다 미국 기업의 수출 감소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산업별 수출입 구조를 가정하면 FTA 종료 시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 효과는 연간 13억2,000만달러(약 1조4,800억원)지만, 수입 감소는 15억8,000만달러(약 1조7,700억원)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다. 하지만 양국 간 교역 감소가 소비자 후생과 총생산 감소로 이어져 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를 쓴 이진면 박사는 “한ㆍ미 FTA 재협상이 과거로 회귀할 경우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재협상 기조를 이행의무 준수, 추가개방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역수지 불균형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대미 직접투자와 무역수지를 연계하는 방어 논리를 구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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