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 공조’를 만들어내려는 유럽연합(EU)이 중국과 통상마찰을 빚으며 공동성명문 채택에 실패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EU-중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없이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 연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회의 전까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기후변화 대응 공동선언문 채택에는 실패했다. 탄소배출량이 세계 1위인 중국과 세계 3위에 해당하는 EU가 파리협약을 준수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한다면 미국을 압박하고 다른 협정 당사국에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될 터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의 이견은 통상 문제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EU는 중국의 태양전지판과 강철 등 값싼 수출품이 밀려 들어오자 반덤핑 조치를 취해 왔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또 EU측은 중국 투자자들이 유럽에서 자유롭게 투자하는 것과 달리 유럽 투자자들이 중국 자본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EU 기업 역시 중국 내에서 영업할 때도 불공정 규제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세실리아 맘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EU와 중국의 무역관계는 ‘상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EU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상 ‘시장경제 지위’ 획득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EU측은 이를 거부했다. 특히 리 총리가 공동성명을 내는 조건으로 EU에 시장경제 지위 인정을 요구한 것이 공동성명문 채택 실패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EU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통상 문제에서의 불협화음은 기후변화 대응 공동전선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공동성명 채택 실패가 ‘기후변화 대응 연대’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