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시 농가 감염 사상 첫 사례
방역당국, 살처분ㆍ방역활동 강화
제주도는 도내 토종닭 사육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방역대 내 가금류 1만2,000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를 실시하고,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제주시 이호동에 거주하는 A씨가 30일된 오골계 중병아리 5마리를 구입했으나 다음날 모두 폐사하고, 5일 뒤인 이달 2일에는 이전에 사육하던 토종닭 3마리까지 폐사하자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해당 오골계는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의 B농가가 지난달 26일 전북 군산에서 들여온 것이다. 토종닭 사육농가에서 폐사한 AI의심축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H5N8형으로 확인됐으며, 고병원성 확진 여부는 이날 중 나올 전망이다.
도 방역당국은 이번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제주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제주지역에서는 1월 5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어 같은 달 9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저수지에서 발견된 청머리오리 폐사체에서도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도는 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하고 A씨 농가와 B농가 일대에 이동제한ㆍ소독 조치를 취하는 등 차단방역에 주력하고 있다. 도는 우선 3일 이들 농가 반경 500m 내 가금사육농가는 예방 차원에서 닭ㆍ오리 등 사육두수 1만2,000여 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도는 또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내 살아 있는 가금류 취급과 유통을 금지하고, 공ㆍ·항만에서 차단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도내 모든 가금과 가금 생산물의 타 지역 반출 금지 등의 방역조치도 취했다.
도는 4일 문제가 된 오골계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살처분 작업이 끝난 해당 농가를 중심으로 방역대를 설정해 주변에 이동통제초소와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이동 제한과 소독을 하고 있다. 또 3일 도내 양계농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의심사례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이후 도내 오일시장에서 오골계를 구입했을 경우 즉시 도 가축방역 기관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앞서 3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해당 차량과 인력, 사료차 이동까지도 상세히 조사해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매뉴얼에 따라 철저한 검역과 이동제한 조치 등을 통해 AI 비상상황이 종식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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