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 사건이 최씨 재판과 병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씨의 귀국이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3일 정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정씨는 모친인 최씨와 달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덴마크에서 구금된 지 5개월여 만에 송환 불복 소송을 포기하고 돌연 귀국 결심을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비리와 청담고 출석 조작 등과 관련해 정씨는 어머니 최씨와 공범관계에 있다. 두 사람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정씨에 대한 선고 역시 최씨의 재판일정에 따라 늦어도 10월까지는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정씨와 최씨는 모녀지간이라 재판부가 두 사람 모두 징역형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정씨가 치밀하게 범죄에 간여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에다 자신이 받는 범죄 혐의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어머니 최씨에게 다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가 “엄마가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르는데 나를 공범으로 모는 것은 일단 억울하다”는 방어논리를 준비해 온 것도 그의 귀국 시점 선택에 치밀한 전략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씨 모녀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역시 강제 송환 당일 “공범관계 입증이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 아니겠나”라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씨는 실형이 불가피하더라도 정씨 자신은 최상의 시나리오인 무죄나 차선인 집행유예 선고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씨 수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는 검찰 쪽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을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시절부터 수사 지휘해 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주변에 “애가 뭘 알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씨 수사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사실관계 입증보다는 무죄를 주장하는 최씨의 심경 변화를 유도하는 데 유용한 ‘카드’로서 의미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한편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3일 오전 1시27분쯤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정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검찰청사에서 대기 중이던 정씨는 곧바로 귀가했다. 전날 오후2시부터 3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정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정씨가 오랜 기간 해외 도피생활에서 조력자와 차명폰을 사용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씨 변호인은 사실관계가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정씨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중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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