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객관적ㆍ공정한 평가방식 고민”
도봉고 개설과목 일반고 두 배 수준… 교사 충원 절실
2019년부터 단계 시행될 듯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중 하나인 교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 학점제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하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교사 충원 등의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2일 서울 도봉구 도봉고에서 고교 학점제 현장 간담회를 열고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시범 도입한 도봉고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 수업을 듣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교 학점제 도입을 약속했다. 교과 선택제를 도입한 도봉고는 본인 희망에 따라 맞춤형 공부를 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는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내신 절대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평가방식인 상대평가가 적용되면 수강 학생 수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은혜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위원은 “고교 학점제는 모든 학생들이 한 반에서 같이 배우는 게 아니라 이동식 수업을 하는 것”이라며 “소수 인원이 듣는 수업을 지금처럼 등급제로 평가하면 1등급이 한 명 밖에 안 나오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학점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교사 충원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학생들의 수요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 하는 만큼 현재 인력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맡아야 할 수 있다. 실제 이날 간담회가 열린 도봉고는 학급당 학생수가 18명 수준으로 인근 학교에 비해 적지만 학년당 개설 과목수는 22~23개로 다른 일반계 고등학교(11~15개)의 두 배 수준이다. 그만큼 교사들의 교과연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 위원은 “학점제가 도입되면 교사들의 업무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인력을 확충하고 교사 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수업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도봉고는 한 반의 학생수가 20명 안팎이기 때문에 이동식 수업을 선택하기가 수월했지만 한 학급 35명 이상인 학교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의 시행 시기를 두고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수장인 조희연 교육감과 국정기획위의 대표인 유 위원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조 교육감은 “서울, 경기, 세종 지역에 이미 시범 실시되고 있는 제도기 때문에 지금 중3 학생이 고2가 되는 2019년부터는 보편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유 위원은 “각 학교, 지역마다 처해있는 환경이 달라 전면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면서 “잘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진 지역과 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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