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NSC 보좌관 만나
대북공조ㆍ정상회담 의견교환
사드 문제는 깊은 대화 못해
“사드 지연” 美 부정여론 확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한미정상회담과 북핵문제 공조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관련한 국내 논란을 설명했으나 미국 측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우려대로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와 관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 입장을 선택하면서 미국이 중시해 온 사드 체계의 연내 배치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워싱턴 정가에서 쏟아지고 있다. 미국 보수층의 우려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덜레스국제공항 도착 직후부터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사드 관련 국방부의 보고 누락에 대해 ‘정 실장이 관련 사항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자신과의 오찬 회동에서조차 사드 미사일 4기 반입 사실을 부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한 장관이 “뉘앙스 차이”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 “그 문제는 조사하고 있고,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국민소통수석이 설명한 이상 말하긴 그렇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워싱턴에 도착 이후 4시간 넘게 기다린 뒤 미국 측 접촉 상대방인 맥매스터 보좌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미정상회담과 최근 불거진 한국 내부의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 만남 직후 내놓은 설명 자료에서 한미정상회담과 사드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특히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 당초 알려진 6월말께 추진하되 미국 측이 최대한 예우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과 사드 배치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정상회담 일정과 대북 공조 관련 대화에 치중한 것이다. 양측이 자칫 사드 문제로 정상회담 조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민감한 부분은 건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결국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 이견이 정상회담을 전후해 노출되고 한미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딕 더빈 상원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상회담이 의제 조율부터 내용까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신문은 더비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의 군사 동맹관계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서 합의된 사드 배치의 정치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최종 배치 시기를 지연시킬 의도를 보인다는 분석도 더했다. WSJ는 “방위비 분담규모 등을 놓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 자체가 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대북공조에 합의하며 불협화음을 잡는 모습을 보였으나 사드배치 절차를 문제삼는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는 워싱턴의 기류는 여전히 차갑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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