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인피니티는 ‘디자인 나이트’라는 행사를 열고 독일 프리미엄 3사를 겨냥하는 ‘십년지대계(十年之大計)’를 발표했다. 10년 안에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을 따라잡을 것이며 이에 대한 핵심 과제로 AS 네트워크, 판매량, 제품군 확장 등을 약속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Q30과 Q60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Q60은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다시 볼 수 있었고, Q30은 그러고 1년이 다 돼서야 국내에 출시했다. 인증 등 내부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2015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차를 국내에선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Q30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앞바퀴굴림 플랫폼인 MFA(Mercedes Front Wheel Drive Architecture)에서 만들어진다. 이 플랫폼에선 A 클래스와 B 클래스 그리고 GLA 클래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2010년 인피니티의 모기업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그룹’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차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처음엔 작은 차 위주로 만들다 최근엔 픽업트럭과 엔진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래서 Q30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디자인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
크기는 일반 해치백보다 조금 큰 편이다. 길이가 4,425㎜로 메르세데스 벤츠 A 클래스보다 120㎜ 길다. 그래서인지 인피니티는 이 차를 소형 해치백이라기보다 준중형 크로스오버로 정의 내렸다. 이름으로만 따지면 해치백이 맞으나 조금이라도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다. 실제로 미국에선 Q30의 이름으로 지상고가 높은 QX30이 팔리고 있다. 그래도 플랫폼의 한계에선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뒷자리는 성인이 앉기에 여유롭지 않고 시트 역시 안락하지 않다. 크로스오버로 인정할 만한 부분은 딱 한 가지다. 바로 430ℓ에 달하는 넓은 트렁크 공간이다. 이는 볼보 V60과 닛산 캐시카이와 같은 수준이다.
Q30은 그동안 해외 매체를 통해 많이 접했던 터라 낯선 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해보니 개성 넘치는 외모가 쉽게 친숙해지지는 않았다. 높이 치켜뜬 헤드램프, 터질 듯 팡팡하게 부푼 휠 아치와 뒷모습, 물결치듯 곡선이 살아있는 보닛, 깊게 팬 옆구리 라인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먹이를 놓쳐 잔뜩 뿔이 난 두꺼비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차 전체에 곡선이 많이 들어가 전반적으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모습이다. 이제 인피니티 디자인의 상징이 된 초승달 모양의 C 필러가 정체성을 더한다. 인피니티는 도어의 깊고 날카로운 라인은 새로운 3D 공정으로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실내는 메르세데스 벤츠 A 클래스의 바탕에 인피니티의 디자인을 덧칠한 느낌이다. D컷 모양의 스티어링휠과 시트 조절 버튼, 키 박스, 공조 장치 버튼, 스피커 모양 등이 A 클래스와 거의 같다. 시승차인 Q30S엔 알칸타라를 덮은 스포츠 시트가 장착돼 있는데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하나로 이어진 모습이 A 200의 시트와 흡사하다. 4점식 벨트를 달 수 있는 목 부분의 구멍까지 같다. 그 이외엔 인피니티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 실내 역시 전반적으로 곡선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그 선을 따라 퍼플 스티치가 촘촘히 박혀 있다. Q50이나 QX50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세련된 느낌이다.
Q30은 메르세데스 벤츠 A 클래스와 엔진을 공유한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A 200엔 1.6ℓ 터보 엔진을 얹었는데, Q30S엔 2.0ℓ 터보 엔진을 달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CLA 250에 장착된 것과 같은 엔진이다. 최고출력 211마력, 1,200~4,000rpm 영역에서 35.7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판매가 중단된 폭스바겐 골프 GTI와 같은 수준의 힘이다. 그런데 실제 전달되는 힘의 세기와 양은 Q30S가 더 세고 풍부한 느낌이다. 인피니티의 모델 중에 뒤에 ‘S’가 붙는 차들은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힘을 쭉쭉 뽑아내는 강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데, Q30S 역시 그 계보를 잘 이었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덜컥거림 없이 힘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에코, 매뉴얼을 고를 수 있다.
속도를 높이면 두툼한 스티어링휠은 맷돌 손잡이처럼 무거워진다. 하체가 단단해 고속에서 요동이 적다. 소음과 자잘한 진동도 예상보다 잘 잡았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세팅에 리바운드 스프링을 달아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시승차의 브레이크 패드 상태가 엉망이어서 코너링과 제동력은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못했는데, 그 부분을 감안해도 여타 스포티한 성격을 드러내는 해치백에서 느낄 수 있는 날카로움은 없었다. 강력한 성능만큼 떨어지는 연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승 내내 평균 연비 10㎞/ℓ를 넘지 못했다. Q30S의 복합연비는 11.1㎞/ℓ다. 타이어는 19인치 235/45R 크기의 런플랫 타이어가 제공된다.
가격은 프리미엄 3,840만원, 프리미엄 시티 블랙 4,090만원, 익스클루시브 4,340만원, 익스클루시브 시티 블랙 4,390만원으로 트림에 따라 총 4가지로 나뉜다. 인피니티가 정조준하고 있는 브랜드는 지난해 밝혔듯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다. 이 중에서 Q30S가 파워트레인으로 경쟁할 수 있는 차는 5,500만원짜리 아우디 A3 스포츠백 e-트론과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최고출력이 156마력으로 낮은 메르세데스 벤츠 A 200이 있다. 다시 말해 Q30S와 정확히 겹치는 차는 없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골프 GTI가 다시 판매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 영역은 Q30S의 독무대다. 우리는 Q30을 오랫동안 기다렸고 기대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앞으로 Q30S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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