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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개혁’ 마크롱 돌풍에 프랑스 정당판도 지각변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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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개혁’ 마크롱 돌풍에 프랑스 정당판도 지각변동하나

입력
2017.06.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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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선거 여론조사 지지율 28%

여당 연합 1위 차지한 후

결선 의석 절반 훌쩍 넘을 듯

사회ㆍ공화 인사 두루 내각 기용

중도 통합에 기성정당 속끓이고

급진 좌ㆍ우파도 힘빠져

총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신생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을 이끄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대통령은 내각에 사회당 소속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과 공화당 소속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를 비롯해 기성 정당 정치인 다수를 불러들였다. 파리=AP 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신생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을 이끄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대통령은 내각에 사회당 소속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과 공화당 소속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를 비롯해 기성 정당 정치인 다수를 불러들였다. 파리=AP 연합뉴스

의원 한 명 없는 중도 신당 후보에서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으로 거듭난 에마뉘엘 마크롱의 ‘전진’이 멈출 줄을 모른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5주 만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도 그가 이끄는 ‘전진하는 공화국(LERM)’ 연합이 프랑스 하원 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치개혁과 시장개혁을 결합한 ‘마크롱 노선’에 양대 기성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은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차별점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새로운 위협으로 부각됐던 급진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I)’와 극우 국민전선조차 지지세를 결집하지 못하면서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정치권에 중도 통합의 시대가 열릴 기세다.

조각과 공천으로 드러난 마크롱의 ‘판 흔들기’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초 ‘의원 한 명 없는 대통령’으로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던 언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5월 25일 여론조사기업 오피니언웨이의 발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앙 마르슈!(전진)’가 이름을 바꾼 전진하는 공화국에 프랑수아 바이루의 민주운동이 결합한 여당 연합은 1차 선거 지지율 28%로 1위를 달렸다. 결선 후 의석으로 환산하면 310석에서 330석 사이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577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의 중도 통합 전략이 적중해 양대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공화당 출신 에두아르 필리프에게 총리를 맡기고 사회ㆍ공화 양당 인사를 두루 내각에 들였다. 이들은 현재 기존 당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중도 여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필리프 총리는 지역일간지 ‘파리 노르망디’ 인터뷰에서 “좌우 둘로 나뉘어 대립하는 오랜 정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화석화된 좌우 대립 세력에서 벗어난 전진하는 다수 세력”의 출현을 갈망했다.

총선 공천도 비슷하다. 현재 LREM의 공천 목록에는 51개 지역구가 비어 있다. 대부분 향후 정부를 지지할 만한 사회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이 쥐고 있는 지역구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 2기 총리였던 마뉘엘 발스는 마크롱 정권의 이미지가 올랑드 정권과 겹쳐 보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LREM 합류에 실패했을 뿐 사실상 여당 정치인이다. 마리솔 투랭 전 사회ㆍ보건부장관과 미리암 엘콤리 전 노동부장관은 공식적으로는 사회당 소속 후보지만 선거운동에 LREM의 색인 하늘색을 쓰고 선거전에서 사회당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 소속이면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미리암 엘콤리 전 노동부장관의 트위터 이미지
프랑스 사회당 소속이면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미리암 엘콤리 전 노동부장관의 트위터 이미지

“좌도 우도 아닌 전진” 내용은 노동개혁과 정치개혁

흥미로운 것은 마크롱 정권과 뜻을 같이하는 사회당 정치인들이 대부분 전임 올랑드 정권에서 ‘발스 일파’로 불린 사회당 내 우파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크롱 정권이 경제정책을 보수 개혁 노선으로 움직일 것임을 암시한다. 마크롱 자신도 사회당 탈당 전 발스 내각의 경제장관으로서 상점의 휴일 영업 허가 등을 규정한 ‘마크롱법’을 입법한 바 있다. 엘콤리 전 장관은 ‘뉘 드부(밤샘시위)’를 촉발한 노동법 개정안 ‘엘콤리법’의 주인공이다. 이 법은 정리해고 규정을 완화하고 계약직을 크게 늘리는 내용으로 노동진영의 격렬한 질타를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안은 산업별로 진행되던 노사 단체교섭을 기업별 수준으로 분할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내 최대노조인 프랑스민주노조(CFDT)가 기업별로도 근무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며, 이를 지지한 반면 노동총동맹(CGT)은 근무여건이 나빠진다며 반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급하게 진행시키지 않겠다고 한 발 뺐지만, 프랑스 언론은 총선 승리로 탄력을 받으려는 계산이라 보고 있다.

LREM의 약점으로 예상됐던 ‘후보들의 정치 경험 부재’ 조차 이번 선거에서는 장애물이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LREM 후보의 52%가 선출직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이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정치개혁’이 화두인 데다 선거법 개정으로 현직자가 대거 출마를 포기한 것도 LREM에 긍정적 신호다. 2014년 프랑스 선거법이 지방 행정대표와 의원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바뀌었는데, 이 조항이 처음 적용되는 것이 올해 총선이다. 이 때문에 200여개 의석에서 현직자가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난처한 기성정당, 힘 빠진 급진정당

마크롱의 중도 통합 전략에 양대 기성 정당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사회당의 장크리스토프 캄바델리 제1서기는 “경제ㆍ노동부장관을 공화당에서 뽑은 것을 보면 마크롱 정권의 경제정책은 보수”라며 노동자들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올랑드 정부 때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회당 연합의 지지율은 LREM, 공화당, 국민전선, FI에 이어 5위로 추락했다. 사회당의 좌파 지지자들은 FI로, 우파 지지자들은 LREM으로 빠져나간 지 오래다.

제1야당 수성이 예상되는 공화당은 정책 방향이 겹치기 때문에 더 난처하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프랑수아 바루앙 상원의원은 공화당 총선 승리를 통한 LREM-공화 분점정부 수립을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마크롱의 행보에는 딱히 어깃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차별점으로 소득세 10% 감면과 초과근무세 면제를 내세운 게 고작이다. 한편으론 국민전선을 의식해 “급진파 정당이 제1야당이 되면 큰일난다”는 ‘대놓고 2위 전략’도 구사한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급진 좌우파는 기세가 다소 꺾였다. 게다가 결선이 있는 프랑스 선거 특성상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얻기 어렵다. 두 정당은 우선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의석 15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과 맞붙었던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당 내부 불만부터 잠재워야 한다. 르펜과 부대표 플로리앙 필리포가 대선에서 중도 유권자를 끌어들이고자 극우 노선을 버린 것이 패인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전선의 전통적 지지층이 모인 남프랑스 세력의 구심점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타격이다. 총선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 르펜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르펜은 당심을 붙잡기 위해 과거 두 차례 낙선한 지역구 파드칼레주에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때도 이 지역은 58%가 르펜에게 투표했지만 국민전선의 장애물은 늘 결선이었다. 해외 정상들도 마크롱에게 구애하고 있기에 대선 패배 직후 총선을 맞이하는 것이 오히려 르펜에게는 악재다. 르펜을 선호하는 미국 극우진영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유럽 순방에서 처음 만난 마크롱 대통령에게 “당신이 내가 지지한 후보였다(You were my guy)”며 호감을 표시했다.

진보 정당 가운데서는 1차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장뤼크 멜랑숑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I)가 사회당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지만 힘이 달린다. 멜랑숑은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5월 22일 자신의 지역구 마르세유가 아닌 수도 파리에 나타나 엘콤리법의 주인공 엘콤리를 떨어트리자고 주장하며 노동개혁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부각했다. 이 선거구에서는 엘콤리법에 맞서 노동법 개정 반대 청원운동을 시작한 녹색당의 카롤린 드아스가 진보 대표선수로 뛰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5월 29일 발표된 엘라브 여론조사에서는 44%가 노동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며 대선 직전 ‘멜랑숑 돌풍’도 ‘마크롱 폭풍’에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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