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예방사업의 성과로 청소년 흡연율은 크게 떨어졌지만, 처음 흡연을 경험하는 나이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가는 시기로 수년째 머물러있다. 따라서 생애 전반에 장기적인 효과를 미치는 유아 때부터 체계적으로 금연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김낭희 부연구위원의 ‘흡연예방사업의 효과성 증진을 위한 유아흡연예방교육의 선제적 실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하는 시기는 담배 사용의 위험과 관련한 첫 번째 생애 전환기로 꼽힌다. 2012년 이후 금연선도학교 운영, 학교흡연 예방사업 확대 등 청소년 담배 규제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청소년 흡연율은 2006년 12.8%에서 2016년 6.3%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흡연청소년의 최초 흡연 경험 나이나 매일 흡연 시작연령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온라인행태조사 결과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처음 흡연하는 시기는 평균 만 12.7세로 조사됐다. 매일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은 만 13.7세였다. 2008년 12.7세, 14세와 큰 차이가 없다.
보고서는 “적절한 예방 효과를 위해서는 충분히 이른 시기에 개입을 시작해야 한다”며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이동하는 생애 전환기에 많이 발생하는 행동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예방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아기는 기본적인 도덕성이 발달하고 생활양식의 기틀을 형성하는 시기로, 이때 적절한 교육을 통해 내적 자기 통제감을 형성하면 이후 외부 상황을 통제하는 외적 자기 통제감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유아기에 시작하는 흡연예방 교육이 아동·청소년기에 흡연 권유를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흡연예방 교육 효과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거시적인 담배 규제 정책에 따라 아동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고 유아흡연 예방을 위한 교육적 개입 등이 함께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15년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유아흡연예방교육 사업이 시작됐다. 보고서는 흡연예방을 위해 발달론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유치원과 학교의 흡연예방교육과정을 연결하고 흡연예방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통합하는 등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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