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적용 첫날 무더기 출시
수익 낮으면 수수료 적지만
초과수익 땐 성과보수 받아
일반 펀드보다 보수 높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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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가 올린 수익에 따라 고객에게 받는 수수료가 달라지는 일명 ‘성과보수 공모펀드’가 1일 제도 적용 첫날을 맞아 무더기로 출시됐다.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금융사가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 가던 모순을 바로잡자는 의미의 상품인데, 일각에선 운용사의 배만 더 불릴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삼성ㆍ미래에셋ㆍ신한BNP파리바ㆍ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이 일제히 성과보수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성과보수 공모펀드란 금융사가 미리 제시한 수익률을 넘어서면 높은 운용보수를 받고, 반대로 수익이 이에 못 미치면 보수를 낮게 적용하는 상품이다. 자산운용사의 운용책임을 높이고 공모펀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관련 법령을 고쳐 제도화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는 자산운용사가 새로 펀드를 내 놓을 때 성과보수 체계를 적용하거나 운용사의 고유자금을 2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이날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ETF로테이션증권투자신탁’은 기준수익률(4%)을 넘으면 초과 수익의 10%를 성과보수로 떼는 대신, 수익률이 4% 아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운용보수)가 연 0.07%에 불과하다. 이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4% 아래일 때는 연간 7,000원(0.07%)만 수수료로 내면 된다. 만약 9% 수익(90만원)을 올렸을 때는 기준수익률 4%를 초과한 5%포인트(50만원)에 성과보수율 10%를 적용해 5만원을 추가 수수료(성과보수)로 떼는 식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배당과인컴30성과보수펀드’는 기준수익률(3.5%) 초과 수익에 성과보수율 20%를 적용한다. 대신 기본 운용보수는 연 0.2%다. 신한BNP파리자산운용의 ‘신한BNPP공모주&밴드트레이딩50성과보수증권자투자신탁’은 기준수익률 3% 초과 시 성과보수율 15%, 기본 운용보수는 0.18%다.
사모펀드에선 이런 성과보수 체계가 이미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선 수익률에 상관 없이 일정하게 보수를 받는 게 속은 편하지만,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으면 훨씬 더 책임감 있게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들 사이에선 아직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요즘처럼 지수가 상승할 때는 웬만한 펀드도 수익률이 10% 이상인데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거냐”며 “앞으로도 굳이 성과보수 펀드에 가입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초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5.19%, 10.14%에 달한다. 자산운용사들로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추가 수익을 얻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선 성과보수 펀드가 일반 펀드보다 불리할 수도 있지만 추가 보수를 내더라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도 있기 때문에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며 “어떤 펀드에 가입할 지 결정하는 건 결국 투자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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