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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 ‘수사 베테랑’ 극비 소집… 경찰,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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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 ‘수사 베테랑’ 극비 소집… 경찰,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

입력
2017.06.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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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직접 수사기능 없애고

지방청 광역수사국 체제 검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로 전국팔도 내로라하는 수사 베테랑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조직폭력배 검거로 50회 넘게 표창을 받아 ‘범죄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대우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사건 1번지’ 서울 강남 일대 수사를 지휘하는 황정인 강남서 형사과장, 신창원 탈옥(1998년) 유영철 연쇄살인(2004년) 등 굵직한 강력사건 수사 경력에 빛나는 박미옥 제주동부서 수사과장까지. 10여명의 면면은 화려하다 못해 숨이 멎을 정도다.

자료들이 곧장 배포됐다. 회의실에 착석한 이들은 꼼꼼히 읽고, 줄을 치고, 메모지에 뭔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벤져스(최강 팀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화의 제목)급을 불러들일 만큼 아직 알려지지 않은 희대의 강력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도 한 걸까. 한 참석자는 “수사로 뼈가 굵은 선수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분위기는 엄숙했고, 토론은 치열했다.

이날 모임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외부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현장 수사관 간담회’라는 평범한 명칭을 달았다. 현장에서 제출된 자료의 외부 유출은 물론 복사 등도 엄격히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1일 계속되는 취재에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단서조차 꺼내길 꺼려했다.

열쇠는 이들을 불러모으고 자료를 나눠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이 쥐고 있다. 개혁단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꾸려진 특수조직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 입장에서 수사권 독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한 상황. 현장 베테랑들의 의견을 모아 개혁안의 밑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것이 이번 모임의 목적이다.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과거 수사권 조정 논란에서 책상머리 대응과 대책으로 쓰라린 경험을 했던 수뇌부가 현장 우선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철성 청장이 수사권 조정 언급을 자제하고 “국민과 국회 뜻을 따른다”는 대외 기조를 유지하는 터라 공개적인 모임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베테랑들답게 회의는 격렬했고, 일부 사안은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로 큰 줄기는 광역시ㆍ도 단위의 지방경찰청을 광역수사국과 생활 및 치안서비스로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모아졌다. 일선 경찰서는 범죄 예방에 주력하고 접수된 발생 사건 중 주요 사건은 지방경찰청에 신설할 수사국으로 이첩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경찰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여기에 검찰 조직구조를 벤치마킹 하자는 아이디어가 추가됐다. 서울 동·남·북·서에 검찰청이 있듯, 현재 서울경찰청을 몇 개로 쪼개 권역마다 수사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다. 경찰청은 특수수사과 등 직접 수사부서를 폐지하고 행정 업무 위주로 재편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 초안이 나온 단계”라며 “국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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