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1ㆍ67위ㆍ삼성증권 후원)이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남자테니스의 새 역사를 쓰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51분이었다
정현은 1일(한국시간)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 14번 코트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테니스대회 프랑스오픈(총 상금 3,600만 유로ㆍ약 452억원) 남자단식 2회전에서 데니스 이스토민(31ㆍ80위ㆍ우즈베키스탄)을 세트스코어 3대0(6-1, 7-5, 6-1)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꿈에 그리던 메이저대회 3회전 진출의 목표를 달성했다. 2014년 US오픈 예선을 통해 메이저 대회에 데뷔한 정현은 그 동안 2015년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에서 2회전까지 오른 것이 자신의 종전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오픈에서 준결승에 진출, 2007년 이형택 이후 10년 만에 ATP 투어 단식 4강에 오른 정현은 "메이저대회에서 1회전 통과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두 번 이겨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 3회전에 오른 것은 2007년 9월 US오픈 이형택 이후 9년 9개월 만의 쾌거다. 또 프랑스오픈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5년 이 대회 3회전에 올랐던 이형택에 이어 12년 만이다.
정현의 32강은 숙명의 한ㆍ일전으로 성사됐다. 니시코리 게이(28ㆍ9위ㆍ일본)와 맞대결이다. 니시코리는 이날 열린 2회전에서 제러미 샤르디(74위ㆍ프랑스)를 역시 3-0(6-3 6-0 7-6<5>)으로 물리쳤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본선에서 한ㆍ일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US오픈부터 2008년까지 메이저 대회 코트를 누빈 이형택도 그랜드 슬램 본선에서 일본 선수와 만난 적은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니시코리가 한 수 위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남자단식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니시코리는 지금까지 ATP 투어 단식에서 11번이나 우승한 세계 정상급 선수다. 2015년에는 세계랭킹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또 2014년 US오픈 단식에서 준우승,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반면 정현은 투어 대회 4강이 개인 최고 성적이고, 가장 높게 오른 순위도 2015년 51위로 니시코리와는 차이가 크다. 그러나 생애 첫 메이저대회 32강에 오른 정현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제 아무도 모른다. 실제 이날 경기내용면에서도 정현은 이스토민을 압도했다. 서브에이스는 3-4로 뒤졌지만 네트플레이 승부에서 92%의 승률로 경기를 지배했다. 니시코리 역시 경기스타일이 스트로크 대결 위주로 포인트를 따는 정현과 비슷해 명승부가 예상된다.
나이는 1989년생인 니시코리가 일곱 살 더 많고 키는 185㎝인 정현이 7㎝ 더 크다. 정현과 니시코리의 3회전 경기는 3일 열릴 예정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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