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주4회 심리’ 제안하자
“체력적인 부담 크다” 난색 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방대한 증인과 촉박한 일정 탓에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4회 심리’라는 강행군 일정을 제시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건강 문제’를 카드로 꺼내 들어 반발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1일 열린 공판에 앞서 “6월 셋째 주면 피고인(박 전 대통령)이 기소된 지 두 달”이라며 “그 주부터는 일주일에 4번 공판을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혔다. 4월17일 기소 이후 5월 23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시작됐지만, 변호인 측에서 12만 페이지가 넘는 검찰조사 기록을 복사하는 데만 한 달 이상 소요되면서 심리가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 전까지 최순실씨 등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 기록에 대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5명) 등 모두 4차례 공판이 진행됐을 뿐이다. 재판부는 답답하다. 롯데 뇌물수수ㆍSK 뇌물요구 혐의 심리만 1~2달이 걸릴 예정인데다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와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혐의 진술자만 약 230명으로 파악돼 박 전 대통령 구속시한(기소 후 6개월)내 선고를 하려면 강행군 재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지금 심리 속도로 7~8월이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처럼 밤샘 재판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공판 초기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사건기록 검토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반발했던 박 전 대통령 측이 최근엔 ‘건강’이슈를 들어 재판부 방침에 난색을 표하는 점이다. 변호인은 “주4회 재판은 박 전 대통령에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최소 6월까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공개 법정이라 자세한 설명은 따로 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며 법원이 발부한 구인영장을 건강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서면으로 제출하는 ‘건강상 문제’가 타당한지 따진 뒤 심리 일정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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