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빠진 틈새에 EU 녹색동맹 자리 꿰차는 중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빠진 틈새에 EU 녹색동맹 자리 꿰차는 중국

입력
2017.06.01 17:36
0 0

미국 탈퇴 예고된 수순 관측

자국 이익 우선주의 밀어붙여

중국 텐진시의 복합 공업단지 전경. 중국은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EPA 연합뉴스
중국 텐진시의 복합 공업단지 전경. 중국은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를 밝히면서 환경 문제를 고리로 반(反)트럼프 연대를 강화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파리협정을 주도한 유럽 국가들은 G2의 한 축인 중국과 ‘녹색동맹’을 맺고 협정 이행을 공언하는 등 미국의 친환경 정책 포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의 ‘공동 대오’가 형성되면서 사실상 미국이 앞에서 끌어온 세계질서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파리협정을 맹비난했고, 지난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협정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기를 끝내 거부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의 경제 민족주의자들은 친환경의 외피를 두른 사회주의를 제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우려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신념이 파리협정 철수를 밀어붙였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경우 웨스트버지니아ㆍ오하이오주 등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 지역 내 석탄산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논리가 먹혀 들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이탈이 예견됐던 만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협정 사수에 돌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일 베를린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협정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EU 차원에서도 2일 중국 측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파리협정 관련 공조를 다짐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 외신에 공개된 선언문 초안은 파리협정을 “최우선의 정치적 과제”로 규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EU와 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 뉴욕타임스도 “중국이 미국이 떠난 EU의 새로운 동맹 자리를 꿰찼다”고 진단하는 등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대체할 적임자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전날 정상회담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공동 행동에 합의하고 캐나다 정부도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에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오랜 논의 끝에 탄생한 파리협정을 지키려는 단일 대오가 형성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원장은 “미국의 협정 탈퇴 작업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공개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 대응은 미국의 협정 탈퇴가 도미노 이탈로 이어져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미 프리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행동은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기후변화로 위기를 겪는 신흥 경제국들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파리협정 탈퇴 여부를 놓고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첨예한 갈등을 빚는 등 미국 내 반발 여론도 거세 탈퇴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파리협정 반대론자들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며 두 사람을 대표적 탈퇴파로 지목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부정하는 인사다. 반면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개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은 협정 잔류를 고수했다. 이방카는 정권인수 기간 아버지에게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매티스 장관도 1월 상원 인준과정에서 “기후변화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정보기술(IT) 업체가 중심이 된 대기업들도 협정 잔류를 압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트럼프의 모든 경제 자문위원 역할을 그만둘 것”이라고 강조했고,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트럼프에게 직접 협정 잔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