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ㆍ핀테크ㆍ헬스 등 700곳 조사
2위는 ‘시장 미성숙해 판로 애로’

#A기업은 해상용 통신장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문제에 부딪혔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인증을 통과한 테스트 항목에 대해 국내 인증을 재차 요구 받았기 때문이다. A기업은 인증 비용에 수백만원을 들였고, 제품 출시 시기도 1년 가까이 지연됐다.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B제약사 연구소는 실험보다 열대어 ‘제브라피시’ 구하는 일이 골칫거리다. 제브라피시는 인간과 유전자 구성이 비슷해 의학 실험용으로 사용되는데, 수입하려면 식용수산물과 동일한 검역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수입기간이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제브라피시가 폐사해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국내 신산업 기업 2곳 중 1곳은 규제 때문에 사업 차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드론, 신재생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바이오ㆍ헬스, 핀테크 등 신산업 분야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신산업 규제애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47.5%가 '지난 1년 사이에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규제(74.6%ㆍ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시장여건 미성숙으로 인한 판로 애로’(74.0%), ‘자금조달 애로’(71.9%), ‘우수인력 확보 어려움’(71.3%) 등이 꼽혔다. 정작 ‘기술력 부족’을 꼽은 기업은 55.9%에 불과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신산업 기업들은 기술력 부족보다 규제, 미성숙한 시장여건 등 외부적 요인에서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기업과 정부가 원활한 협력을 통해 이런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49.2%가 ‘낮다’고 평가한 반면, ‘높다’는 평가는 19.1%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쟁력이 특히 낮은 산업은 드론(70.8%), 핀테크(56.8%), 바이오ㆍ헬스(51.6%)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환경이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신산업 분야의 5년 후 경쟁력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40.4%가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5.6%에 불과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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