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회의 참석 위해
한민구 국방 싱가포르 출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고 누락 파동에 휩싸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사드 보고 누락으로 청와대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해 한미국방장관회담을 갖는 등 어색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국방부는 1일 “한민구 장관이 예정대로 샹그릴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싱가포르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전날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사드 발사대 4기 반입이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누락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샹그릴라 회의 참석이 불투명했으나, 불참시 외교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매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회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주최로 세계 각국 국방장관들이 모여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안보회의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하고 협력 방안을 발전시키는 자리로 활용해왔다. 한 장관은 3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과 각각 회담하고 한미일 회담도 별도로 개최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사드 보고 누락 사태가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조사를 통해 사실상 사드 배치 과정 전반을 짚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정부에서 사드 배치 필요성을 강조해온 한 장관 입장에서는 이번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그렇다고 주요 현안인 사드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껄끄러운 중국과의 회담 개최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 정부 기조에 맞춰서 각국과의 회담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이번 회의 기간 미일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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