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연이은 여객기 실종ㆍ추락 사고로 수백명의 승객이 사망한 전력의 말레이항공이 이번엔 20대 남성 승객의 폭파 위협으로 회항 소동을 빚었다.
1일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1분 호주 멜버른을 출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말레이항공 여객기가 30여분 만에 멜버른 공항으로 회항했다. 이코노미석에 타고 있던 25세 남성이 이륙 직후 수상한 물건을 든 채 조종실로 향하며 최소 두 번 이상 “비행기를 폭파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은 다른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이 남성을 제압해 허리띠로 자리에 묶었다. 승객 220여명이 탑승하고 있던 해당 여객기는 결국 멜버른 공항으로 되돌아왔으며, 난동을 부린 남성은 대기 중이던 무장 경찰에 의해 즉각 체포됐다.
사건 직후 테러에 대한 우려로 공항 폐쇄 사태까지 불거졌으나 테러와는 무관한 단순 돌발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빅토리아주 경찰은 용의자가 스리랑카 출신으로 멜버른에 거주 중인 학생이며 정신병력이 있다고 밝혔다. 남성이 소지했던 물건 또한 폭탄이 아닌 스피커 관련 전자기기였다. 말레이항공 관리는 용의자가 술에 취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사건이 종료됐으나 해당 여객기가 말레이항공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한때 큰 우려를 불러왔다. 2014년 3월 239명을 태운 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베이징을 향하던 도중 종적을 감춘 말레이항공 MH370편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같은 해 7월에도 말레이항공 MH17편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됐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