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고양이의 발정행동은 매우 독특합니다. 이 행동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데요. 발정기가 오게 되면 함께 생활하는 반려인들이 정상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될 정도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치게 울기도 하고 사람에게 비비고 치대는 행동을 해서 잠을 잘 수도,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 입장에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고양이도 발정전증후군(사람이라면 생리전증후군에 해당됩니다)이 있어서 구토, 식욕부진, 발열, 침울 등에 시달리거나, 발정으로 인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수컷 짝을 찾아 집을 가출했다가 유기묘가 되거나 탈출을 시도하다 높은 장소에서 뛰어내려 심각한 외상을 입는 등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중성화수술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도 발정증세가 지속된다면 반려인들은 그 해결법을 찾기가 어려워 적잖이 당황합니다. 중성화 수술 후에도 남아있는 발정증세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우선 호르몬 변화에 의한 발정증세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호르몬검사와 동물의 발정상태를 확인하는 질도말검사, 초음파검사를 통해 중성화 수술이 제대로 완료된 건지, 난소 조직이 일부 남은 것은 아닌지를 확인합니다. 이 세가지 검사에서 난소 조직이 찾아진다면 당연히 재수술을 통해 제거하면 됩니다. 또는 분명 발정 상태로 판단되지만 초음파 검사에서 난소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탐색적 개복술을 통해 눈으로 난소의 흔적을 재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찾아서 제거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술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그나마 해결방법을 찾았으니 다행으로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난소가 다른 조직에 남아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발정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난소 조직은 찾을 수 없지만 난소 일부가 복강에 남아 그 기능을 해내고 있는 경우로, 현실적으로 제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내과적 약물요법을 통해 발정관련 호르몬을 억제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발정이 아님에도 발정징후와 유사한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을 앓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상샘항진증에 걸린 고양이는 과도한 울음소리 등으로 자신의 병세를 표현하는데, 발정징후와 매우 유사해서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호르몬변화에 따른 발정이 아니라면 숨겨진 내외과질환이 있는지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발정이 아니고 질병상태도 아닌데 마치 발정징후인 것 마냥 행동하는 고양이는 어떤 경우일까요? 그야말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위의 단계를 밟아 그 원인을 찾아보고 스트레스가 주범으로 판단되면, 환경 개선, 약물 요법 등을 시도해 고양이와 반려인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발정징후를 포함해 모든 행동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있기 마련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접근법, 해결법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이 보일 때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우리 고양이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이미경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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