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권 수표로 억대 대금
경찰, 비자금 가능성 출처 추적
삼성물산 “이 회장의 개인 돈”
경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공사 과정에 출처가 불투명한 자금이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삼성 측은 이 회장 개인 돈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회장 일가 등 일부 대기업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G사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최근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G사 관계자를 소환 조사했다고 31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탈세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지만 경찰은 이 업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공사를 한 뒤 삼성물산으로부터 받은 비용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100만원권 수표로 1억원 이상이 지불됐는데, 수표 발행일이 2010~2011년으로 3년 동안 보관됐다가 일괄 지출됐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경찰은 G사 관계자로부터 “삼성물산 측이 G사에 대금을 지불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07년 삼성 특검에서 밝혀진 4조5,000억원 규모의 이 회장 비자금과는 별개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돈의 성격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표의 발행 경위와 해당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G사를 조사하면서 H사와의 수상한 자금 거래 정황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입장 자료를 내고 “삼성물산이 공사대금을 수표로 납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구 에버랜드 직원이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수표를 지급한 것으로 이 회장 개인 돈”이라고 반박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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