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잘 나가던 갤럭시 시리즈
死와 발음 비슷한 S4부터 기우뚱
인기있는 숫자 6은 건너뛰고
갤노트7 출시했다가 낭패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와 S8플러스가 지난달 25일 중국 시장에서 출시됐습니다.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지난해 말 갤럭시노트7을 거둬들인 후 삼성이 야심 차게 준비한 갤럭시S8 출시가 중국 시장에서 가진 의미는 엄청나게 큽니다.
갤럭시S8는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한 곡면 디스플레이로 세계 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마트폰”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최고 성능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 등 혁신적인 기술도 탑재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에선 ‘8’이란 숫자도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유별나게 숫자에 의미 부여를 하는 중국인들이 ‘돈을 번다’(發財)는 ‘파차이’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한 8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은 유명합니다. 8이 연속된 자동차 번호판이 경매에서 수억 원에 낙찰되는 건 흔한 일이고 8이 겹쳐진 엠블럼을 사용하는 아우디 차가 유달리 사랑 받는 국가도 중국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중국에서 숫자와 인연이 적지 않습니다.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를 앞세운 삼성전자는 2012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17.1%까지 끌어올리며 명실상부 1위에 등극했습니다. 갤럭시노트3가 절정의 인기를 누린 2013년에는 점유율이 사상 최대인 19.7%까지 치솟았습니다. “물건이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온 게 이때쯤인데 불과 1년 만에 점유율이 13.8%로 급락했습니다.
샤오미 같은 토종 업체의 부상과 함께 단일 모델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갤럭시S4가 중국에선 기대만큼의 활약을 못한 것입니다. 당시 전작들로 재미를 본 현지 판매상들이 갤럭시S4를 대량으로 받아갔지만 다 팔지 못해 엄청난 재고가 쌓였고 소매가격 할인을 놓고 삼성전자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즈음 삼성전자는 현지 거래선을 조정했다고 합니다. 꼬이기 시작한 게 갤럭시S4부터인 셈이데 우리처럼 중국에서도 발음이 사(死)와 비슷한 4는 가장 싫어하는 숫자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6를 만들지 않고 지난해 가을 노트7을 출시했습니다. 6은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의 ‘류’(流)와 발음이 같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중 하나입니다. 갤럭시S와 노트의 숫자를 일치하기 위해 6을 생략한 것인데 현지에선 “좋아하는 숫자 6을 건너 뛰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6 대신 출격한 노트7은 중국에서도 전량 회수돼 삼성전자에 불명예를 안겼습니다. 이런 연관성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갤럭시S8로 반등하지 못하면 중국 시장에선 앞으로 정말 힘들다”는 위기감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8일 만리장성 중 가장 멋지다고 꼽히는 쓰마타이창청에 특설무대를 설치해 현지 언론인 등 1,000여 명을 초청하는 거창한 갤럭시S8 공개행사를 연 것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절박함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4억7,700만대로 전망했습니다. 미국(1억6,400만대)의 약 3배에 이르고, 최대 2,000만대 수준인 우리나라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 중국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아무리 잘 팔려도 갤럭시S8의 최종 결과가 성공으로 귀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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