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가 31일 국내로 강제 송환돼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그가 뜻밖의 진술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삼성이 엮인 뇌물 사건 등에 ‘중요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씨는 이날 오후 3시 16분쯤 인천공항 27번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검찰 호송팀은 오전 4시 8분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인천행 대한항공기 안에서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정씨는 ‘극도로 말을 아낄 것’이란 관측을 깨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사태 초기 국민적 공분을 샀던 자신의 이화여대 부정입학ㆍ학사비리에 대해 “학교를 안 가서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며 “전공이 뭔지도 모르고 한번도 대학에 가고 싶어한 적이 없다. (더 이상) 취소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면접장에 금메달을 달고 들어선 것도 엄마의 ‘코칭’이었다고 했다.
정씨는 명마 ‘블라디미르’ 등을 삼성의 지원 특혜로 공짜로 탄 뇌물죄 대목도 “딱히 (특혜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어머니에게 ‘삼성전자 승마단이 지원하는데 (내가) 6명 중 1명이라고 들었다. 전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답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억울한 게 있냐’는 취재진 물음에 “어머니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전 좀 억울하다”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정씨는 이후 호송팀에 이끌려 별도의 경로를 통해 차량에 올라 오후 4시 2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삼성 뇌물’ 사건을 수사한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다른 부수적인 수사는 정씨 호송을 맡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가 맡았다. 검찰은 체포 시한인 48시간 동안 본격 조사를 벌이고 1일 밤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앞서 정씨는 덴마크 검찰의 송환 결정 불복해 덴마크 법원에 항소하며 버티다가 24일 돌연 소송을 접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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