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가 쓴 친필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 유묵이 1일 한중연 장서각에 기탁된다고 31일 밝혔다.
이 유묵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 수감된 뒤 간수장이었던 기요타(淸田)에게 가로 740㎜, 세로 400㎜ 크기의 비단 위에다 써준 글이다. 안 의사 유묵은 지금까지 57점 정도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비단에 쓴 것은 7점이다. 글씨 오른쪽에는 ‘기요타에게 이 글을 준다’라는 의미의 ‘증청전선생’(贈淸田先生)이란 글귀가 뚜렷하고 왼쪽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손도장이 찍혀 있다. 그 위엔 글을 쓴 시점이 ‘경술(1910년) 3월’이라 적혀 있다. 안 의사 순국일이 1910년 3월 26일이니 순국 직전에 쓰여진 글이다.
‘일통청화공’이란 ‘날마다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라는 의미다. 의거 이후 안 의사가수감됐을 때 일본인들 중에서도 안 의사의 영웅적 행위를 높이 평가하고 그를 흠모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인물로는 교도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栗原貞吉), 담당 간수 지바 도시치(千葉十七)가 있다. 안 의사의 의연한 태도를 흠모했던 것으로 알려진 간수장 기요타는 그 가운데 덜 알려져 있다. 안 의사가 순국 전에 자신을 정중하고 따뜻하게 대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 글을 써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유묵은 기요타라는 인물에 대한 추가 연구를 가능케 할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유묵은 2011년 경매에 나온 이후 이인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공동의장이 최근 입수했다. 이 의장은 “안 의사의 유묵을 입수한 뒤 알아보니 안 의사의 여러 유묵 가운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기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6월 1일 의병의 날을 맞아 빼앗긴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안 의사의 뜻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중연은 2일 오전 11시 정식 기탁식을 열고 이 의장에게 감사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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